파벨만스 - ‘전설’이 토해낸 독특한 가족 이야기[시네프리뷰]

2023. 3.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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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 있게 다뤄지는 새미의 가족사는 유명감독의 교과서적 성장기를 기대한 이들에게 의외일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가장 용감한 작품이다. 실제로 스필버그는 이 작품을 ‘4000만달러짜리 치유’라고 정의했다.

제목 파벨만스(The Fabelmans)
제작연도 2022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51분
장르 드라마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가브리엘 라벨, 미셸 윌리엄스, 폴 다노, 세스 로건
개봉 2023년 3월 22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CJ ENM


과거로부터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감독은 많았다. 하지만 특별히 지난 몇 년간은 소위 거장의 반열에 오른 중견 감독들이 자신의 성장기를 영화화하는 것이 하나의 경향처럼 두드러졌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2018),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2019),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의 손>(2021),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벨파스트>(2021) 등이 대표적이다.

한 사람의 개인사를 엿볼 수 있다는 흥미로움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위해 발휘된 연출적 능력과 개성을 새삼 재확인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비평적으로도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제 이 목록에 스티븐 스필버그도 이름을 올렸다.

영화업에 뛰어든 계기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였다는 주변 지인들의 고백을 종종 듣곤 한다. 얼핏 평범한 것 같지만 사실 놀라운 이야기 아닌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꿀 수도 있는 영화의 힘, 그리고 그런 영화를 만든 한 사람의 능력이란(이와 유사한 성찰이 작품 속 보리스 삼촌의 입을 통해 언급된다).

이미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지만, 스필버그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역 감독이다. 꾸준히 새로운 이야기와 시도를 이어온 그였지만, 이번 <파벨만스>는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의 이름을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인생과 현대 영화사에 이렇게나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는 과연 어떻게 처음 영화를 만났을까?

소년이 깨달은 영화의 진정한 힘

1952년 뉴저지, 부모의 손에 이끌려 난생처음 극장 앞에 선 새미(가브리엘 라벨 분)는 겁에 질려 있다. 어두운 곳도,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운 것도 두려운 꼬마를 어떻게든 설득해보려고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 분)와 아빠 버트(폴 다노 분)는 진땀을 뺀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극장 의자에 착석한 세 가족.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자 새미에게 신세계가 열린다.

과학자 아버지와 예술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유대인 소년. 처음에는 영화가 보여주는 ‘환상’에 매료됐지만, 나중에는 초점과 편집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현실’을 보며 진정한 영화의 힘을 발견한다.

<파벨만스>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가 실제 그의 이야기이고 얼마나 각색이 됐을까? “이제까지 대부분의 내 영화는 경험에 비춰 만들었지만, 이 영화는 내가 가진 기억 그 자체다”란 스필버그의 말을 빌자면 꽤 많은 부분이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파벨만스>는 이제껏 봐왔던 스필버그의 어떤 영화와도 비교하거나 묶어낼 수 없는 독특한 결을 가진 작품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미 그의 작품을 충분히 봐왔고 독해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에게도 생경할 것이다. 이는 작품의 호불호를 가르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 같다.

스필버그의 개인적이며 용감한 고백

생각보다 심란하고 비중 있게 다뤄지는 새미의 가족사는 단순히 영화란 매체에 천착한 유명감독의 교과서적 성장기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의외의 이야기일 것이다. 중반까지 파벨만 가족이 보여주는 개개인의 면모와 과장된 사건들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하나같이 납득하기 쉽지 않은 독특한 인물들이 모여 빚어내는 수선스러움이란 좀처럼 공감이 되지 않는다. 영화의 중반에 이르러 이런 산만한 분위기와 별난 인물들에 적응할 때쯤 되면 전혀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다.

<파벨만스>는 스필버그에게 스스로와 가족들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작품임이 분명하다. 일방적인 그의 입장에서의 회고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대략 16년이라는 준비기간을 거쳤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가장 용감한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이 작품을 ‘4000만달러짜리 치유’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작가 토니 커쉬너, 영화음악가 존 윌리엄스 등 스필버그의 오랜 동료들이 함께 작업한 <파벨만스>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여우주연(미셸 윌리엄스), 남우조연(주드 허쉬), 각본, 음악, 미술의 7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단 하나의 수상도 하지 못했다.

질풍노도의 2023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들과 배우들 / www.vogue.com


지난 3월 12일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11개 부문 최다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다니엘스), 여우주연상(양자경), 여우조연상(제이미 리 커티스), 남우조연상(키호이콴), 각본상(다니엘스), 편집상(폴 로저스)의 주요 7개 부문을 석권하며 이번 행사의 주인공이 됐다.

많은 사람이 수상결과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분위기다. 일단 SF 장르 최초의 작품상 수상이라는 점에서는 그동안 보수적 자세로 가족주의 중심의 서사극을 우대하던 아카데미의 편향성이 확실히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의 아시아계 수상을 두고는 다양성 존중에 대한 노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도 말한다. 과연 그럴까?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과 논쟁이 극에 달할 즈음 때맞춰 창궐한 코로나19 여파는 공교롭게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급진적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2020년 92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 별개로 이런 혼란의 시기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작품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제93회 중국계 감독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 제94회 프랑스영화 리메이크로 청각장애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코다>의 작품상 수상은 시상식의 자연스러운 변화라기보다 급진적인 몸부림이라고 관망하는 시각도 많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역시 뛰어난 영화지만, 과연 이 정도 평가받을 영화인가라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아카데미 시상식과 관련한 잡음이 없었던 건 단 한 해도 없었다. ‘국제영화제’가 아닌 ‘그들만의 잔치’임에도 여전히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영화행사로 대접받고 있다는 점은 많은 생각을 안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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