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저력[편집실에서]

입력 2023. 3. 2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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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담당 중에 집 사서 돈 번 기자 없고, 증권 담당 중에 주식 사서 돈 번 기자 없다.’ 기자사회에 회자하는 우스갯소리입니다. 제 앞가림도 못 하는 경제부 기자들의 부동산시장 분석이나 증시 전망 기사 등을 뭘 믿고 읽어야 할까 싶지요. 화려한 차트와 현란한 언변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경제전문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을 보면서도 본능적으로 드는 의구심 같은 게 있습니다. ‘확실한 유망 종목이라면 이미 사놓았겠지, 만천하에 대놓고 저렇게 추천할 리가 없다’라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사놓았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이해가 얽힌 종목의 시세를 띄우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판단하고선 거리를 둬버리지요.

밤낮을 쪼개 발품을 팔고 자료를 뒤적여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말까입니다. 언제 따로 시간을 내서 투자하고 수익까지 낸답니까. 그런 점에서 경제 기자라면 기사는 잘 써도 막상 실생활에서 돈은 못 벌어야 맞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세상의 흐름까지 모르는 건 아닙니다. 모든 걸 의심하고 경계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직업의 생리상 늘 뒷북을 치는 게 습관이 돼버려서 그렇지 사안의 본질을 꿰뚫고 앞날을 전망하는 촉이나 감만큼은 누구보다 발달해 있는 직업군이 기자들입니다.

대화형 생성AI(인공지능) 챗GPT 열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도유망한 분야로 AI·로봇을 꼽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챗GPT’ 관련 움직임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여행 숙박예약, 의료정보, 골프장검색, 코딩학습, 화상교육 등 한국어에 기반을 둔 대화형 생성AI 시장이 분야별로 한국 스타타업들에 의해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답니다. 애플의 아이폰이 나왔을 때, 삼성은 추격을 시작했습니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성취를 이뤘습니다. 최근에도 애플페이가 상륙하자 네이버, 카카오 등과 손잡고 국내시장을 지키려는 삼성페이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야후, 구글이 전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때도 한국시장만큼은 국내 포털의 차지였습니다. 글로벌 유통체인 월마트도 토종 이마트 앞에선 속수무책이었지요. 이로 미뤄 챗GPT 또한 IT강국 한국의 저력,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용자들의 디지털 친화력,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등과 결합해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한국어AI의 파급력이 오픈AI의 GPT-4, 구글이 선보인 바드, 포토샵 명가 어도비의 ‘파이어플라이’ 등과 같은 영어 기반 글로벌 AI의 위력을 머지않은 장래에 뛰어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은 사라지고 자본과 편의성을 앞세운 소수의 대형업체만 남아 과거처럼 국내시장을 잠식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은 이번에도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글로벌 업체들이 직면한 개인정보보호와 거짓 정보 차단 역시 한국어 기반 AI가 극복해야 할 필수과제라 하겠습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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