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CDS 시장 매우 불투명”···“美 A급 오피스도 임대 감소”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뉴욕=김영필 특파원 2023. 3. 2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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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엔리아 ECB 은행감독위원회 위원장이 CDS 시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아시아계 은행이 흔들렸어도 같은 생각을 했을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CDS 시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은행 위기가 다소 잦아들자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하락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45%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16%, 0.12% 내렸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연 3.57%대까지 뛰었고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 물은 4.08% 선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날 추가적인 은행 위기 소식은 없었지만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했는데요. 퍼스트리퍼블릭뱅크(-2.32%)와 팩웨스트뱅크(-5.01%) 등이 약세였습니다. 애플은 후결제 서비스인 ‘페이 레이터(Pay Later)’를 시작한다고 밝혔는데요. FTX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는 중국 관리에 4000만 달러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죠. 오늘은 은행 상황과 금리, 증시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유럽 은행감독위, 수백만 달러로 1조 유로 은행 흔들어”···“연준, 자산 1000억 달러 이상 자본 및 유동성 규제 강화 필요”

우선 유럽 소식부터 보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안드레아 엔리아 유럽중앙은행(ECB) 은행감독위원회 위원장이 도이치뱅크 혼란이 있던 지난 24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언론사 컨퍼런스에서 “수백만 달러로 1조 유로 규모 은행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을 움직일 수 있으며 주가를 흔들고 예금이 빠져나가게 할 수 있다”며 “CDS 시장은 매우 불투명하고(very opaque) 거래량이 적으며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CDS 시장에 더 많은 투명성이 있어야 하며 글로벌 규제 기관인 금융안정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에서 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는데요.

지난 22일 1.34%포인트(p) 수준이었던 도이치뱅크의 5년 CDS 프리미엄이 이틀 만인 24일 2.2%p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주가 폭락을 불러왔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도 특별히 CDS가 오를 이유가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는데요. FT는 “도이치뱅크는 CDS가 가장 많이 거래되는데도 지난해 4분기 하루 평균 거래 건수가 9건에 불과하다”며 “이달에는 얼마나 거래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도이치뱅크 주가가 급락한 문제의 24일의 경우 500만 달러 규모의 단일 CDS 거래가 원인이었다고 했는데요. 아직 불법 혐의는 없다고 합니다.

안드레아 엔리아는 거래가 불투명해 특정인들이 마음먹고 대형 은행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건데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투기 세력에 경고를 날림과 동시에 CDS 시장 자체를 점검해보려는 생각일 겁니다.

특히 CDS 시장이 이상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CDS 프리미엄 이상 급등→주가 하락→특정 은행 불안→글로벌 금융시장 우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고 싶어하는 듯한 눈치인데요. 다음에 어떤 은행에서 석연치 않게 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면, “그거 시장 자체가 이상해” 이렇게 꼬리를 자르는 것이죠,

28일(현지 시간) 도이치뱅크 주가추이. 마켓워치 화면캡처

자산관리업체 레드헤지의 최고경영자(CEO) 안드레아 세미나라는 “높은 CDS 프리미엄은 주가와 채권가격에 광범위한 압력을 준다”며 “특히 CDS와 주가는 항상 상관 관계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다음으로 큰 ECB가 CDS 시장을 정면 공격하고 나서면서 앞으로 얼마나 이슈가 될지가 중요한데요. 아시아 은행들이 CDS에 흔들렸다면 시장 논리라고 치부했겠지만 크레디트스위스(CS)에 이어 도이치뱅크까지 영향을 받으니 유럽이 적극 나서는 꼴입니다. 어제 올랐던 도이치뱅크 주가는 이날 1.58% 내렸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은행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할 생각인데요. 이날 은행 상원 청문회에 나선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은 “자산이 1000억 달러 이상인 은행은 자본규제와 유동성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추가 규제 대상 은행 기준을 500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로 높은 2018년 법안을 폐지하려고 하는데요. 자본과 유동성 규제가 세지면 한동안 은행의 대출이 줄어들 수 있죠. 공화당이 은행 규제 강화에 반대하고 있어 최종적인 상황은 지켜봐야 하지만 꼭 규제가 아니더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심사를 크게 강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부동산, 특히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도시 중심가의 높은 임대료를 자랑하는 A급(Class A) 사무실 임대 건수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임대가 된 사무실 수를 뜻하는 지수가 2021년 2분기 100을 기준으로 △2021년 3분기 100.502 △4분기 100.559 △2022년 1분기 101.190 △2분기 101.510 △3분기 101.881 등으로 오르다가 작년 4분기에 101.411로 감소한 건데요. B·C등급은 이미 2021년 4분기를 정점으로 하락해 지난해 4분기가 98.469(2021년 1분기 100)에 불과합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1년 내 침체확률 2월 60%→3월 65%”···“불러드, 금리인상 은행 아닌 인플레이션이 타깃”

뉴욕시 맨해튼도 그런데요. 원 밴더빌트와 허드슨 야즈처럼 새로 고급 오피스 공급이 증가하면서 기존 파크 애비뉴 주변의 빌딩들은 수요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체 사빌스에 따르면 2019년 초에는 맨해튼에서 리스가 가능한 고급 오피스 비율이 11.5%였는데 지난해 4분기에는 19% 가까이로 올랐다고 하는데요.

토마스 라살비아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경제연구 디렉터는 “우리는 괜찮다고 말하는 빌딩 소유주들은 스스로를 어느 정도 속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예외가 없다는 뜻일텐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처음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때문에 사무실 공간을 줄이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이전에 체결한 임대 계약이 만료되고 경기 침체를 걱정하게 되면서 비용을 절감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도 직원 1400명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시작했는데요.

어쨌든 연준의 긴축은 지속할 전망입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지역 연은 홈페이지에 “지속적으로 적절한 거시건전성 정책은 은행권 스트레스를 억제할 수 있는 반면 적절한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에 하방압력을 계속 줄 수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는데요.

이는 미국 경제가 강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콘퍼런스보드의 3월 소비자신뢰지수도 지역은행 혼란 속에서도 예상 외로 상승했는데요. 3월 수치가 104.2로 전월(103.4)보다 0.8포인트 올랐습니다. 블룸버그 집계치 101과 다우존스 예상치 100.7을 웃돌았는데요.

뉴욕 연은의 1년 뒤 렌트비 기대치 조사.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8.2%로 여전히 높다. 뉴욕연은

그럼에도 침체 전망은 여전합니다. 6개월 뒤의 상황을 보는 3월 기대지수가 73.0으로 2월(70.4)보다 올랐지만 계속해서 80을 밑돌았는데요. 기대지수가 80을 하회 1년 내 경기침체를 뜻한다고 합니다. 엘리자 윙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3월 소비자신뢰의 예상치 못한 상승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은행 부문 혼란보다 일자리와 소득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도 “올해 말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상황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의 설문조사도 비슷합니다. 은행 위기 전후인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이코노미스트 4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년 내 경기침체를 점치는 이들의 비중이 65%로 2월(60%)보다 높아졌다고 하는데요.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은행 문제가 가라앉은 것처럼 보여도 여파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며 “은행 스트레스로 인한 차입비용(예금 및 채권금리) 상승과 대출감소는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설문에서는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전망치가 3.9%로 2월 예상(3.4%)보다 0.5%p 높아졌는데요. 경기침체와 함께 고물가가 올 수 있다는 뜻이겠습니다. 이날 뉴욕 연은이 내놓은 ‘SCE 주택 서베이’를 보면 미 국민들의 향후 12개월 렌트비 예상치가 8.2%로 두자릿 수였던 전년(11.5%)보다는 좋아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1년 뒤 집값 상승률 전망치는 2.6%로 2014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예상치인 7%보다도 꽤 낮은데요. 이날 나온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1월 지수가 전월 대비 -0.2%로 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UBS, 현 상황 배당주가 상대적으로 유리”···“블랙록, 올해 금리인하 없다 시장 전망 잘못 돼”

이렇다 보니 월가는 기준금리 인하를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CME 페드워치상 올 12월 기준금리 예상치가 4.25~4.50%가 33.3%로 가장 많은데요. 현 기준금리 4.75~5.00%보다도 낮은 거죠. 미 경제 방송 CNBC의 간판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은 수십년 간 보지 못했던 증시 랠리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자들의 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기도 한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주 주식과 ETF에 37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밝혔습니다. 은행 불안 속에도 4주 연속 증가를 보인 건데요. 헤지펀드와 개인, 기관 등 모두가 투자를 늘렸다고 합니다.

부문별로 보면 기술(8억800만 달러)과 헬스케어(7억5800만 달러)가 많았고 금융(7억3100만 달러)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데요. 동시에 소규모 은행을 빠져 나온 돈이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려들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블랙록이 금리인하에 관해서만큼은 제동을 걸고 나섰는데요. 웬만해서는 금리인하가 없을 거라는 거죠. 웨이 리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 전략가는 “연준은 은행 부문의 어려움 속에서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중단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번엔 다르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약간 약해질 수는 있어도 올해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며 “심각한 신용경색이 발생하거나 더 깊은 침체가 일어날 경우에만 금리인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뱅가드의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인 조 데이비스도 “미국과 유럽의 은행 사태가 우리의 거시경제 관점을 바꾸지 못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있으며 그들은 실업률을 높이고 신용 및 금융조건을 긴축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CME 페드워치상 올 12월 기준금리 전망치. 금리인하 기대가 한껏 반영돼 있다. CME 페드워치

실제 하루이틀 은행 쪽이 조용하다고 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블룸버그 영국의 존 스테펙은 “지금 상황은 불안한 고요다. 최근 은행 사태가 개별 은행이 별도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있지만 그 아래 무엇이 숨어 있는지 누가 알겠느냐?”라며 “중앙은행들이 (은행 불안에도) 아직까지 충분히 경기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그들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상업용 부동산과 부동산투자신탁(REITs) 쪽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는데요.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의 공동 투자책임자는 지금 증시에 대해 “기본적으로 일부 영역은 과매도에 따른 반등을 보고 있으며 쉬어가고 있는 것들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이것이 추세적 반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카나코드 제뉴이티의 애널리스트 토니 드위어는 “1957년 이래로 S&P500은 경기침체 전까지, 또는 막 시작한 이후에도 최저치를 찍은 적이 없다. 투자를 가볍게 하고 방어적으로 나갈 것을 권한다”고 했고, UBS는 경기침체기는 배당주가 상대적으로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2001년과 2008년, 2020년 침체 때 배당주가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다는 건데요.

프랑스 금융검찰이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럴 등 5개 은행을 탈세혐의로 압수수색한 것도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일부 주주들이 배당세를 피하기 위해 과세기간이 되면 단기적으로 주식을 다른 곳에 넘겼다가 이후 되사온다는 건데요. 이들 은행은 11억 달러 규모의 벌금을 맞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죠.

겁만 집어 먹으면 아무 것도 먹을 게 없긴 합니다. 은행주가 투자 기회일 수 있다는 말도 있긴 하고, WSJ은 시그니처뱅크 풋옵션에 투자해 4000%의 수익을 낸 사람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지금 같은 시기에는 어떤 결정을 하든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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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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