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과 '꽁초지갑'[우보세]

유동주 기자 2023. 3. 2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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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상콘텐츠에선 야쿠자(조직폭력배 집단)도 꽁초지갑을 들고 다닌다.

하지만 아직 일본에 배울 점이 남아 있다면 '꽁초지갑'일 것이다.

일본처럼 애초에 꽁초를 길거리에서 보기 힘든 성숙한 흡연문화라면 흡연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 태도도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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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오는 세리자와 캐릭터/사진='스즈메의 문단속' 스틸 컷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현재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흡연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여주인공 스즈메가 만나는 바 여사장 루미와 남주인공 소타의 친구인 대학생 세리자와의 흡연 장면이 자연스럽게 여러 번 나온다.

일본은 영화·드라마 뿐 아니라 애니매이션에서도 흡연 묘사를 자주 한다. 보는 이들도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흡연 장면을 영상콘텐츠에서 모두 모자이크하거나 빼버리는 국내 환경과 많이 다르다. 식당·술집 풍경도 상당히 다르다. 일본에 처음 간 경우라면 문화충격을 받을 정도로 실내흡연이 가능한 곳이 많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인 2020년 4월부터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실내 흡연 금지가 시행됐지만 대부분의 소규모 식당·술집 등에 해당되는 30평 이하 매장에선 아직 허용되고 있다.

흡연에 대한 인식 자체도 우리나라만큼 나쁘지 않다. 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문화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일본 흡연자들은 꽁초를 대부분 자신의 꽁초지갑(휴대용 재떨이)에 담아 스스로 처리한다.

'스즈메의 문단속' 흡연장면에서 한국 관객 상당수가 놀라는 대목이 있다. 꼴초로 나오는 세리자와가 담배꽁초를 꽁초지갑에 넣는 장면이다. 평소 일본 꽁초지갑 문화를 모르던 이들은 상당히 놀랍고 인상적이었다고 고백한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동관 후문 인도옆 공터에 수많은 담배꽁초가 버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021.2.23/뉴스1

일본 영상콘텐츠에선 야쿠자(조직폭력배 집단)도 꽁초지갑을 들고 다닌다. 담배를 손가락으로 튕겨 끄고 꽁초를 바닥에 힘차게 버린다고 남자답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다. 반면 한국 흡연자들은 실외 흡연시 꽁초를 주로 도로나 건물 뒤 혹은 하수구에 버린다. 꽁초를 버릴만한 쓰레기통도 거리에 별로 없다는 항변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꽁초를 스스로 가져가는 게 당연하다고 보는 일본 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다.

인기 유튜브 채널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TV'에 최근 올라온 영상에선 오사카의 한 야키니쿠식당 사장이 '한국인 손님들이 많아서 어려운 점은 없냐'는 질문을 하자 돌연 '담배꽁초' 얘길 꺼낸다. 그는 "밖에서 담배를 피우시는 한국 분들이 계시는데 꽁초를 그대로 바닥에 버리는 경우가 있어 곤란하다"고 말한다. 한국 손님들에겐 '꽁초를 스스로 가져가야 한다'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2023년 현재 우리가 일본을 앞선 분야가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 일본에 배울 점이 남아 있다면 '꽁초지갑'일 것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꽁초 수거보상제'를 한다. 꽁초를 주워오면 돈으로 보상한다. 예산이 금세 바닥날 정도로 호응이 좋다지만 잘못된 정책이다. 버리는 사람 따로, 용돈벌이로 줍는 사람 따로다. 대신 꽁초지갑 보급사업을 본격적으로 하는 것은 어떨까.

흡연장소가 부족한 사회적 분위기는 흡연자들 스스로가 만들었다. 일본처럼 애초에 꽁초를 길거리에서 보기 힘든 성숙한 흡연문화라면 흡연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 태도도 달랐을 것이다.

꽁초지갑을 들고 다닌다면, 흡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호응을 받을 것이다. 흡연가능 지역을 확대하자고 해도 반감이 줄어들 수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담배는 약 720억개비다. 720억개의 꽁초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

유동주 기자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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