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룡 칼럼] 도시형 스마트팜은 예정된 미래인가

관리자 2023. 3.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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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 길버트 엘리스 베일리의 소설 제목에서 유래한 '수직농장(Vertical Farm)'이 현실화하고 있다.

하늘로 치솟은 도심 빌딩 안에서 도시민이 소비하는 먹거리를 직접 생산해 조달한다는 소설 속 이야기가 실험 단계를 거쳐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도심에서 농작물을 생산하는 식물공장 형태의 도시형 스마트팜은 농생명과학과 AI에 힘입어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약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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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 길버트 엘리스 베일리의 소설 제목에서 유래한 ‘수직농장(Vertical Farm)’이 현실화하고 있다. 하늘로 치솟은 도심 빌딩 안에서 도시민이 소비하는 먹거리를 직접 생산해 조달한다는 소설 속 이야기가 실험 단계를 거쳐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농사환경을 관측하고, 인공지능(AI)으로 생산을 관리하는 스마트팜은 미래 농축산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1년 중국에서는 데이터를 이용한 AI 기술팀과 농업을 전업으로 하는 농부팀의 딸기 재배 대결이 벌어졌는데, 기술팀이 2배의 수확량을 올리고 수익성에서도 앞선 결과를 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근 스마트팜이 도시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도심에서 농작물을 생산하는 식물공장 형태의 도시형 스마트팜은 농생명과학과 AI에 힘입어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약진했다. 식물공장은 통제된 시설에서 빛과 온도 등 재배환경을 인위적으로 제어해 공산품처럼 균일한 농작물을 연속 생산하는 농업 형태다. 생산지가 소비지에 위치해 물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수급 조절이 쉬운 강점이 있어 오랫동안 농업에 진출하려 시도한 도시 자본의 투자를 받고 있다. 식물공장의 대표 사례인 메트로팜은 이미 서울 시내 여러 지하철역에 설치돼 있으며 식물공장을 설치한 카페나 식당 등도 운영되고 있다.

도시형 스마트팜의 결정판은 대체육이다. 콩으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은 채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나 환경주의자를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한 배양육은 세포배양을 통해 3D프린터로 찍어내기 때문에 토지 사용이나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삼겹살이나 안심 등 인기 있는 부위만 집중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대체육이나 배양육은 기본적으로 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관행 축산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악취나 환경오염도 피할 수 있어 전통 축산업을 긴장시키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팜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지정하고 스마트팜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배양육을 국가 생존을 위한 10대 미래 유망기술로 지정했다. 하지만 식물공장과 공장축산으로 요약할 수 있는 도시형 스마트팜은 여러 측면에서 적지 않은 과제와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우선 이런 방식으로 생산된 먹거리가 소비자의 선택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연 생태와 에너지에 의해 생산되는 농작물이나 축산물에 비해 맛이나 품질, 영양학적으로 대등한 제품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이들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과 마케팅으로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튼튼한 식량안보는 공급의 다양성에서 비롯된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대규모 공장식 생산은 식량안보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식물공장이나 배양육은 생산 안정성과 제품 안전성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대기업 자본에 의해 제품 공급이 지배되는 상황이 식량안보에 긍정적일지도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도시형 스마트팜이 현재도 급속히 진행되는 농촌 소멸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한국 농정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인 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고려할 때 도시형 스마트팜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스마트팜은 농업의 정의와 구조·역할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도시형 스마트팜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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