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봄바람에 실려 오는 ‘카르멘의 유혹’

관리자 2023. 3. 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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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전국 각지에서 봄맞이 꽃축제가 열립니다.

벚꽃축제·유채꽃축제·수국축제·튤립축제. 이름만 들어도 신이 나는 '축제'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장식품 '꽃'이 만났으니 똑같은 일상에도 무언가 설렘이 있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사람의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그 뒤에 감춘 내면이 더 보여서일까요? 사랑의 조건이 자유라고 생각하는 카르멘은 오히려 야생에서 거칠게 피어나는 들꽃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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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전국 각지에서 봄맞이 꽃축제가 열립니다. 벚꽃축제·유채꽃축제·수국축제·튤립축제…. 이름만 들어도 신이 나는 ‘축제’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장식품 ‘꽃’이 만났으니 똑같은 일상에도 무언가 설렘이 있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제아무리 계절의 왕 봄이 향기로운 꽃향기를 뿜어대도 형형색색의 여인들 옷차림을 이겨내진 못하겠지요. 얼마 전 친구분들과 지방으로 여행을 다녀오신 어머니가 꽃밭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누군가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지요. 사진 속에 담긴 환한 어머니들의 미소는 정말 꽃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화려한 꽃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관객을 사로잡는 ‘프리마돈나(Prima donna)’입니다. 프리마(Prima)는 많이 들어보셨지요? 이탈리아어로 ‘첫번째’라는 뜻입니다. 돈나(Donna)는 여성이라는 의미로 프리마돈나는 여자 주인공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대부분 오페라에서 프리마돈나는 자신의 기쁨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고음역에서 자유자재로 표현해내는 소프라노(Soprano)가 맡습니다.

드물게 중·저음역을 내는 메조소프라노(Mezzo soprano)가 프리마돈나를 맡는 오페라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비제의 <카르멘>입니다. <카르멘>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세비야를 배경으로 하는데, 담배공장에서 일하는 자유로운 집시여인 카르멘의 사랑과 죽음을 담고 있습니다. 카르멘을 사랑하는 두 남자가 있었으니 한 사람은 차가운 성격의 군인 돈 호세이고, 다른 한명은 정반대 성격을 가진 열정의 투우사 에스카미요입니다. 에스카미요가 부르는 ‘투우사의 노래’는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노래 가운데 가장 유명합니다. 카르멘의 주제 선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투우사의 노래’ 멜로디는 오페라 중간중간 힘찬 장조와 긴장감 있는 단조로 변형되어 나타납니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투우사를 응원하는 함성과 뜨거운 경기장의 열기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군인 돈 호세와 투우사 에스카미요의 사랑을 받는 카르멘은 한곳에 구속되는 것을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그녀가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 ‘사랑은 자유로운 새’는 ‘하바네라(Habanera)’라고 부릅니다. 독특한 하바네라 리듬과 반음계로 진행되는 미묘한 느낌의 선율은 카르멘의 매력을 극대화합니다. 질투에 눈이 먼 돈 호세에게 죽임을 당하지만, 오페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야 하는 메조소프라노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무대를 압도하는 프리마돈나 카르멘을 생각하면 열정적인 붉은 장미나 동백꽃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사람의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그 뒤에 감춘 내면이 더 보여서일까요? 사랑의 조건이 자유라고 생각하는 카르멘은 오히려 야생에서 거칠게 피어나는 들꽃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색깔도 이름도 분명치 않지만 누구에게도 길들지 않는 자유로운 꽃 말입니다. 이 봄, 아무도 모르게 왔다가 이름도 없이 사라지지만 자신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시기를 알고 있는 매혹적인 여인 카르멘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기연 이기연오페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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