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조의 만사소통] SNS 풍경

관리자 2023. 3. 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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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카톡.' 부고가 날아든다.

글을 쓴다.

'삼가...' 하는데 다음 글자가 자동 완성된다.

습관적으로, 디지털 알고리즘이 만든 글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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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페북 등 새 소통 방식
내 행복수단으로 가꾸어야
감사·축하·애도 마음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입력
답글에 ‘^^’ 달때 나도 미소
‘좋아요’ 기대 안하면 편안

SNS 풍경 1.

‘카톡 카톡.’ 부고가 날아든다. 글을 쓴다. ‘삼가...’ 하는데 다음 글자가 자동 완성된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클릭만 하면 된다. 직접 휴대전화 자판을 찍지 않아도 된다. 참 편리하다. 근데 좀 찜찜하다. 왜 그럴까? 아마 위로의 마음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일 거다. 습관적으로, 디지털 알고리즘이 만든 글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정성과 마음이 빠졌기 때문일 거다. 애도하는 마음이 이 글에 얹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축하’와 ‘감사’도 마찬가지다. 이건 글이 필요 없다. 이모티콘으로 처리하면 된다. 편해도 너무 편하다.

SNS 풍경 2.

최근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린다. 그리고 친구들 근황도 본다. 등산 간 놈, 맛집 간 놈, 사진 찍은 놈. 그냥 본다. 별다른 감흥이 없다. 매번 하는 일이니까. 근데 보다보면 친구의 친구, 또 그 친구의 친구의 소식을 보게 된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여기서는 모두 친구다. 아니 친구란다. 얽히고설킨 관계가 머리 아플 지경이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내가 올린 글을 본다. 몇명이 댓글을 달았는지, ‘좋아요’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한다. 그 수가 적다. 다른 친구들과 비교한다. 많이 적다.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것 같다. 낙담한다.

SNS 풍경 3.

밴드를 본다. 웬 모임이 이렇게 많은지. 자꾸 모이란다. 그리고 투표를 하란다. 대선도 아니고 뭔 놈의 투표를 사시사철 하느냐고. 투표가 얼마나 어려운데. 날짜를 잡는 것도 그렇고, 장소를 정하는 것도 머리 아픈 일이다. 또 밴드가 한두개여야 말이지. 학교 동문 밴드는 말할 것도 없고, 직장 밴드, 운동 밴드, 여행 밴드, 심지어 쇼핑 밴드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학연과 지연이 덕지덕지 붙은 밴드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야말로 일회용 밴드처럼 딱 붙어 있다.

SNS 풍경 4.

디지털 감시도 걱정이다. 온라인상에 남긴 온갖 나의 흔적들을 누군가가 볼 수도 있다. 글뿐만 아니라 ‘좋아요’ 클릭한 것, 심지어 마우스 클릭한 것도 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 사법당국이 아니더라도 해커들이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나를, 또 다른 나로 규정할 수 있다. 도서관의 도서목록처럼 나에 대한 기록을 언제든 마음대로 꺼내서 보고, 기록하고, 다시 보관할 수 있다. 무서운 일이다.

그렇다고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외치기만 하면 될까?

분명한 것은 새로운 소통 방식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내 삶을 빛낼 수 있는 수단으로 가꾸어야 한다는 것일 게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글쓰기를 할 때 디지털 알고리즘이 만드는 자동완성 글을 사용하지 않는다.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입력한다. 그리고 그 글 위에 마음을 담는다. 정성을 다한다. 이렇게 해보니 글이 살아 있는 것 같다. 감사와 축하·애도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놀랍고 신기하다. 또 답글을 달 때 가능하면 미소 마크 ‘^^’를 단다. 놀라운 것은 ‘^^’ 마크를 달 때 내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카톡하기가 즐겁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리되 기대하지 않는다. 댓글과 좋아요 횟수에 신경 쓰지 않는다. 자연히 비교도 하지 않는다. 마음이 편해졌다. 밴드에서도 투표 대신에 대세를 따르기로 한다. 그저 이러저러한 공동체에 내가 속한 것만이라도 감사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올라오는 소식이 반갑고 고맙게 느껴진다. 새로운 소통 방식을 내 행복 수단으로 사용해보자. 그래서 내 삶이 더 풍요롭고 행복해지도록. ‘카톡 카톡’ 뭔가 날아왔다.

김혁조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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