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서울 향해 핵 장전해놓고 백령도 점령 시도한다면…[기자의 시각]

노석조 기자 2023. 3.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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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8일 국회 국방위원들이 인천 백령도 해병대 제6여단에서 열린 2021년도 국정감사 현장점검에서 KAAV(한국형돌격상륙장갑차) 탑승 체험을 하고 있다./조선일보 DB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공들인 게 있다. 우크라이나 내 친러 세력 늘리기, 내부 갈등 조장 등이다. 침공 8년 전인 2014년 2월이 절정이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려 하자 친러 세력을 일으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다. 나라가 친러·친서방파로 두 동강 났고, FTA 체결은 사인 직전 중단됐다. 나라는 콩가루가 됐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어이없이 그달 22일 러시아로 정치적 망명을 했다. 군대고 뭐고 국가가 제 기능을 못했다.

러시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야누코비치 망명 닷새 만인 27일, 푸틴은 기다렸다는 듯이 군대를 움직였다. 러시아 탱크들이 굉음을 내며 국경을 넘었다. 우크라이나 군은 속수무책이었다. 친러 세력은 두 팔을 벌려 러시아 군대를 환영했다. 러시아는 이렇게 접경지의 전략적 요충지인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미국과 EU 등 국제사회 다수는 규탄 성명을 내고 경제 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외교 펀치’로는 크림을 되찾을 수 없었다. 미국 입장에선 남의 나라 자그마한 땅 때문에 러시아와 무력 충돌을 벌이기 부담스러웠다. 안 그래도 국력 소모 논란으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 중동에서 발을 빼던 참이었다. 이렇게 8년이 지났고, 러시아는 미국이 중국과 다투는 국제 정세의 틈을 타 우크라이나 본토를 덮친 것이다. 미국이 현재 열심히 우크라이나를 돕고는 있지만, ‘판다(중국)’와 ‘불곰(러시아)’이라는 거대한 두 마리의 곰을 동시에 상대하는 데 버거워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크림반도와 같은 곳은 어딜까? 군사 전문가들은 ‘백령도’라고 입을 모은다. 푸틴이 그랬듯 김정은도 호시탐탐 백령도, 연평도 등 서북 도서를 노린다는 것이다. 지도를 펴보면 백령도는 북한 턱밑을 겨누는 비수(匕首) 같다. 백령도는 북위 37.5도로, 창린도 등 서해 웬만한 북한 섬보다도 북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다. 거리도 북한 내륙에 더 가깝다. 황해도 장산곶까지는 13.5㎞밖에 되지 않는다. 김정은에게 백령도는 하루라도 빨리 치워버리고 싶을 눈엣가시다.

한반도의 전략적 요충지 백령도. 백령도는 한국 본토보다 북한 내륙에 더 가깝다. 황해도 장산곶까지는 13.5km에 불과하다. 북한은 백령도, 연평도 등 서북도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등도 이런 배경에서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28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순항미사일, 600㎜ 초대형 방사포 등 대남(對南) 타격용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전술핵 탄두 ‘화산-31′을 전격 공개했다. 북한의 7차 실험은 이 전술핵 탄두를 실제 폭파하는 것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전술핵 미사일의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서울을 향해 전술핵 미사일을 장전해 놓고 겁박하며 백령도에 군대를 보내 강제 점령을 시도할 가능성은 없을까? 김정은은 남남 갈등으로 한국 사회가 흔들리고, ‘죽창가’ 반일 프레임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에 균열이 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를 바라며 준비하는 이들도 국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정치인과 군, 그리고 정보 당국은 백령도가 크림처럼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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