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붕의 메타버스 이야기] 생물 다양성 분출했던 캄브리아기처럼… 디지털 생태계도 대폭발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2023. 3.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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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하다 시들해진 메타버스·암호화폐처럼 챗GPT도 잠잠해질 것?
자본·인력 몰려 비옥해진 토양… 인공지능이 지각변동 일으켜
약육강식 시대 버틴 생물種처럼, 환경에 적응하며 미래 개척해야

챗GPT가 등장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GPT-4로 업그레이드되면서 그동안 지적되던 한계를 대부분 해결해버렸다. 많은 인공지능 연구자는 GPT-4가 이렇게 빠른 시간에 근본적 한계라고 지적했던 것을 해결한 데에 좌절하고 있다. 수십 년간의 연구 주제들이 순식간에 해결되어 버린 것이다. 동시에 투자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물론 이 유행도 1~2년 사이 잠잠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무성하다. 엄청난 유행이던 메타버스, NFT, 암호화폐 등이 폭발적 성장을 이어갈 듯하더니 어느새 시들해져버린 것처럼.

페이스북은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15조원이 넘는 돈을 퍼부었지만 처참하게 실패하고 대규모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이 뉴스가 나오자 우리나라 기업들은 메타버스는 다 허상이라며 관심을 접었다. NFT도 마찬가지다. 수십 억을 호가하던 프로젝트들이 폭락하자 모두 손절해버렸다. 암호화폐는 루나, 테라가 폭상 망하고 주도하던 권도형이 도주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 시장을 잠식했다. 그러고 등장한 게 챗GPT 열풍이니까 ‘이것도 얼마 가겠냐’는 냉소가 힘을 얻을 만도 하다. 이렇게 디지털 신문명의 모든 새로운 비즈니스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아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거대한 생태 환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모든 생태계가 성장하려면 생물 성장에 풍부한 환경이 조성되어야한다. 생물 다양성이 폭발했던 캄브리아기도 많은 유기 생명체가 번성하며 토양이 바뀌고 큰 지각변동으로 대기에 산소가 풍부하게 공급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디지털 신대륙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이 탄생 15년 만에 거의 모든 인류의 필수품이 되면서 애플, MS,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디지털 문명 구축 기업들이 세계 최고 기업들로 성장했고, 그들의 자본과 기술에 대한 투자가 다양한 스타트업 탄생 토양을 제공했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쓰며 디지털 문명을 적극 활용하는 Z세대가 등장하자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디지털 아이템을 거래하면서 코인 사용에 익숙해진 신세대는 자연스럽게 디지털 거래를 게임판 바깥으로 확장하면서 NFT와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새로운 거래 시스템을 키워나갔다. 거대 자본과 우수 인력이 모두 이 신기한 생태계 구축에 모여들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캄브리아기의 거대한 대기 변화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 바로 2020년 코로나로 촉발된 인류 문명의 강제적 디지털 전환이었다. 강제로 디지털 세상을 3년간 경험한 인류는 과거 어느 때보다 디지털 문명 활용에 익숙해졌고 이제는 디지털 환경 활용을 산소처럼 당연히 여기는 시대로 진입해버렸다. 그 급격한 변화를 보여준 것이 바로 챗GPT다.

챗GPT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출시 2개월 만에 가입자 1억명을 기록했고, 한 국내 조사에 따르면 성인 3명 중 1명이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등장 이후 챗GPT와 유사한 서비스의 확장세와 관련 업체에 대한 투자 규모는 메타버스나 NFT, 암호화폐 시장 초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거의 모든 스타트업이 생성형 AI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기획하기 시작했고 그 분야도 광고, 마케팅, 출판, 금융, 법률, 의료 서비스 등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시도되고 있다. 기존 기업에서도 AI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 또는 적극 활용할 수 있느냐가 2030년 이후의 생존 가능성을 결정하는 잣대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개인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직업이 AI로 대체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아주 명확해졌고 동시에 자기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기준까지 현격하게 달라져버렸다. 지난 10년간 새로운 디지털 세계 창조에 대한 인류의 욕망이 메타버스, NFT, 암호화폐 같은 이름으로 엄청난 자본과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였고 숱한 실패 속에서 디지털 산업의 성장을 위한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었다. 코로나 이후에는 디지털 활용 인구가 폭증하면서 산소 같은 대기까지 만들어졌다. 심지어 기업 성장의 목표도 무한한 이윤 추구가 아니라 ESG라는 휴머니티 실현으로 달라지면서 과거와는 다른 성장의 길을 요구받고 있다. 그 위로 인공지능이 덮쳤으니 그야말로 지구상에 차원이 다른 종의 대폭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캄브리아기를 대변하는 삼엽충은 화석이 세계적으로 고르게 발견될 만큼 번성했는데 그 비결은 딱딱한 껍데기였다고 한다. 생물 다양성이 폭발하면서 그 이전에 없던 약육강식 시대가 시작되었는데 다른 종과 달리 보호막을 입은 삼엽충이 번성할 수 있었다.

디지털 신대륙에 도래한 대폭발 시기도 마찬가지다. 이제 수많은 인류가 새로운 생태계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것이고 치열한 경쟁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미 아마존에는 챗GPT를 활용해 출판한 책이 무려 200권 이상 등록되었다. 그중 한 작가는 챗GPT로 동화 내용을 쓰고 미드저니라는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해 삽화를 그려 완성한 전자책으로 단숨에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이 모든 성과가 방에 앉아 디지털 신문명을 활용해 하루 만에 완성한 결과물이다. 이렇게 AI라는 삼엽충 갑옷을 입은 개인 크리에이터 수천 만이 숱한 출판사의 경쟁자다. 이제 누구든 혼자 창업해 메타버스와 AI를 연계하고 NFT와 암호화폐도 엮어 볼 수 있다. 상상만 했던 꿈같은 사업을 대규모 투자 없이 바로 시도할 수 있는 시대다. 바야흐로 디지털 캄브리아기 대폭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달라진 환경을 탓하며 불평할 때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담대한 도전을 시작할 때다. 시대에 맞는 우리의 갑옷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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