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부산음식

윤지영 부산연구원 연구위원 2023. 3.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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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부산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한국의 것이라고 수식어처럼 붙는 K-OO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꾸준히 성장과 진화를 거듭하면서 거대한 K-콘텐츠 문화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문화콘텐츠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K-팝, K-드라마, K-영화, K-푸드, K-뷰티, K-클래식 등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아시아에서 세계로 확장해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한국의 문화콘텐츠에 수식어처럼 K가 붙으면서 하나의 브랜드가 형성된 셈이다.

이 가운데 K-푸드는 한국에 관한 연상 이미지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 음식 자체가 유명해져서 즐겨 찾기도 하지만, 치맥과 같이 드라마가 히트하면서 유명해진 음식도 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해외 현지 외국인 참여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한국 음식에 관한 관심을 쉽게 엿볼 수 있다.

관광 매력물 중 하나인 음식은 그 나라 그 도시에서 직접 체험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여행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핵심 요소로 관광지를 결정함에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식당, 도시 분위기, 음식에 얽힌 이야기, 음식을 취하기까지 과정 등등 다양한 기억이 음식과 함께 연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식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한 방식으로 관광지에 대한 부가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자전적 소설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어린 시절 숙모가 내주던 마들렌과 홍차 경험을 통해 행복했던 기억을 끌어내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마들렌과 홍차를 만날 때마다 과거의 행복했던 시간으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이를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렇듯 음식은 단지 허기를 채우는 역할이 다가 아닌 음식으로 인한 사람과 문화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우리가 타 도시를 방문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먹거리다. 여기에는 어떤 음식이 맛있을까, 어떤 음식이 유명한가, 여기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본다. 음식은 여행의 3대 요소인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부산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가득하다. 물론 먹거리도 풍부하다. 부산의 먹거리 중 대표선수로 부산어묵 씨앗호떡 생선회 밀면 돼지국밥 등을 얘기한다. 삼포지향이 잘 발달된 우수한 지형적 특징을 품고 있는 덕에 부산의 먹거리는 다양하면서도 신선하다. 수산 가공 기술력도 우수하다. 부산의 음식 콘텐츠를 살펴보면 발전 가능성이 높아 세계화하기에 무척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K-음식은 세계인이 즐겨 찾는 메뉴가 되었지만 부산의 음식은 아직 아니다. 음식에도 서사가 필요하다. 다양한 매체와 형식, 차별화된 무언가로 구성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은 마케팅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부산의 먹거리에는 비즈니스, 마케팅, 그리고 광고 전략이 빠져 있다. 호기심과 유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제시장 맞춤형 제품 설계와 포장, 가공 기술 등 세계시장에서 선점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음식 냄새가 강한 부산의 음식들을 냄새에 민감한 국제시장에 어떻게 마케팅을 할 것인지에 관한 연구도 필요하다. 우리 부산의 음식이 세계화로 뻗어 나아가기에는 이 지점에서 ‘멈칫’하고 있는 것 같다.

영도구에 커피단지가 조성된다고 한다. 부산, 영도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커피 외 부가되는 가치가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별화가 없으면 지속성은 금방 무너지게 된다. 그것이 반드시 커피 맛이 아니어도 괜찮다. 흡인력 있는, 기억할 수 있는 서사가 있으면 된다.


음식은 어떤 카페와 식당에서 먹는 사진을, 방문 인증 사진을 SNS에 올리기 위해 꼭 가야만 하는 문화적 행위를 동반한다. 이제 부산의 음식을 하나하나 잘 마케팅할 시점이다. 부산은 세계 10대 국제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안팎으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기존 방식이 아닌 진화된 전략으로 꾸려 나가는 감각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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