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57> 내공이 깊은 사람의 말과 글은 쉽다고 말한 임상덕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2023. 3.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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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삼아 옛사람의 좋은 문장을 살펴보면 사용하고 있는 문자의 종류가 모두 일상적이고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별도로 심오하고 어려운 글자를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꺼내와 고민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문장은 절로 우리가 이를 수 있는 바가 아니다.

모르는 것을 감추려다 보니 말이 현란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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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이란…

- 好文章·호문장

시험 삼아 옛사람의 좋은 문장을 살펴보면 사용하고 있는 문자의 종류가 모두 일상적이고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별도로 심오하고 어려운 글자를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꺼내와 고민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문장은 절로 우리가 이를 수 있는 바가 아니다. 다만 그 마음 씀과 뜻을 둠이 우리들보다 높아서이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법은 반드시 그 마음과 뜻의 묘한 곳을 얻어 알아차린 후에야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다.

試觀古人好文章, 其所用文字類, 皆尋常易知, 非別討深奧隱僻, 吾輩所不知處出來. 而其文章, 自非吾輩所及者, 只緣其用心措意, 高於吾輩故也. 是以讀書之法, 必要識得其心意妙處然後, 方始見效.(시관고인호문장, 기소용문자류, 개심상이지, 비별토심오은벽, 오배소부지처출래, 이기문장, 자비오배소급자, 지연기용심조의, 고어오배고야. 시이독서지법, 필요식득기심의묘처연후, 방시견효.)

위 문장은 노촌(老村) 임상덕(林象德·1683~1719)의 ‘통론독서작문지법(通論讀書作文之法)’으로, 그의 문집인 ‘노촌집(老村集)’에 들어있다.

임상덕은 1705년(숙종 31) 증광문과에 갑과로 장원하여 진산군수와 능주목사, 대사간 등을 역임했다. 안타깝게도 37세에 병사하였다.

내공이 깊거나 공부가 많이 된 사람의 말은 어렵지 않다. 말을 빙빙 돌리거나 횡설수설해 듣는 사람을 헷갈리게 하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쉽게 알아듣게 한다. 자기 것으로 만들어졌다가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어중간하게 공부한 사람이나 생각이 깊지 않은 사람의 말은 알아듣기 어렵다. 말은 많고 그럴듯한데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도 잘 모르니까 말이 어려워진다. 모르는 것을 감추려다 보니 말이 현란해질 수밖에 없다. 말이 너무 넘쳐나는 시대라고 한다.

글을 읽을 땐 마음으로 읽고 뜻으로 봐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성이 있는 글과 수식만 많은 글이 구분된다.

필자는 능력이 부족한데 어찌하다 보니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글 빚에 시달리며 산다. 여러 권의 책을 냈지만 베스트셀러 한 권 없다. 나름대로 진실하게 글을 쓴다고 여기지만, 임상덕의 문장을 읽으며 한 번 더 성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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