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이인규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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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가장 잔인한 달'.
해마다 이맘때 떠오르는 TS 엘리엇 시 '황무지'의 구절이다.
"'차라리 겨울이 따뜻했다'는 시구절이 있지 않나요?" '잔인한 달'의 마지막 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찰청사에 출석해 13시간의 조사를 받았다.
그에게 문재인 대통령 당선은 잔인한 시기의 예고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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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문재인 대통령 당선은 잔인한 시기의 예고나 다름없었다. 그래서인지 2017년 8월 다니던 로펌도 그만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논두렁 시계’ 조사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직후다. ‘논두렁 시계’는 노 전 대통령이 선물로 받은 명품시계를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지면서 나온 말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비판할 때 어김없이 등장한다.
최근 이 변호사가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라는 회고록을 내면서 ‘논두렁 시계’가 재소환됐다. 그는 수년 전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은 국가정보원 작품”이라고 말한 적 있다.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이 피아제 시계 2개를 받은 사실에 다툼이 없고 조사 때 “밖에 버렸다”고 진술한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워낙 논쟁적인 내용이라서 이 변호사에게 ‘잔인한 4월’을 예고하는 듯했다. 의외로 잠잠하다. 물론 ‘정치검사의 2차 가해 공작’이라는 등의 비난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사자명예훼손 등 법적 분쟁으로 번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14년 전 의혹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2009년 5월23일 노 전 대통령 사망으로 수사기록은 검찰 창고에 봉인됐다. 먼 훗날 수사기록이 공개되더라도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검찰뿐 아니라 다양한 시각의 기록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세계일보 법조팀이 2010년 4월 ‘노무현은 왜 검찰은 왜’라는 책을 펴낸 건 그 주춧돌을 놓겠다는 취지였다.
앞으로 ‘노무현 신화’에 흠집을 내는 기록이 더 나올 수 있다. 반대로 긍정적 평가에 보탬이 되는 기록이 생산될 수도 있다. 모두 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입체적인 평가를 위해선 필요하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공(功)에 눈감으면서 과(過)만 보려고 해서는 안 되듯, 노 전 대통령의 과를 감추고 공만 보려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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