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암경험자 협동조합을 만든 이유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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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수술을 받고 휴직 중이었던 10여 년 전의 일이다.
회사가 헬스케어 전문 언론사여서 암경험자와 가족이 참가하는 3박 4일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했는데, 수익이 전혀 나지 않은 데다 암경험자의 호응도가 낮아 몇 년 안 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6년 전 내 회사를 만들어 독립한 이유는 나의 건강 콘텐츠와 암 투병 경험을 담아 일본의 암경험자 단체 같은 역할을 해보자는 결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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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수술을 받고 휴직 중이었던 10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암 재발을 막기 위해 이런저런 면역관리 생활습관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인터넷을 통해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정보를 수시로 찾아내 일상에 적용했다.
일본 사이트에서 암경험자를 돕는 한 사단법인의 소식을 접했는데, 엔도르핀이 온몸에 퍼지며 가슴이 벅차올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단체는 매년 한 차례 암경험자와 가족이 참가하는 1박 2일 일정의 워크숍 프로그램을 개최했는데, 참가자들이 암종별, 주제별 소모임에 참가한 뒤 맨 마지막에 대강당에 모여 포옹과 악수로 서로 응원하고 '만세'를 불렀다는 대목을 읽으며 울컥 눈물을 쏟았다.
수술 후 3년차에 신문사에 복직해 암 체험 에세이 연재, 책 출간을 계기로 암경험자 웃음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다. 암경험자의 요청으로 거의 매일 직접 만나거나 전화, 이메일로 상담을 했다. 암경험자들의 신체적 고통과 재발에 대한 두려움, 경력 단절로 인한 좌절감 등에 공감해주고 내 투병 경험을 나누는 일이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일본 같은 암경험자 단체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암경험자 커뮤니티가 많았고 사단법인 형태의 암경험자 지지 단체도 꽤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는 SNS 활동이나 비정기적 소모임 활동이 일반적이었고 커뮤니티 리더의 '뼈를 갈아 넣는' 희생과 봉사 정신 덕분에 근근이 유지되고 있었다.
회사 업무에 충실해야 했던 나도 웃음 커뮤니티 이외의 활동을 하기 힘들었다. 회사가 헬스케어 전문 언론사여서 암경험자와 가족이 참가하는 3박 4일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했는데, 수익이 전혀 나지 않은 데다 암경험자의 호응도가 낮아 몇 년 안 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6년 전 내 회사를 만들어 독립한 이유는 나의 건강 콘텐츠와 암 투병 경험을 담아 일본의 암경험자 단체 같은 역할을 해보자는 결심 때문이었다. 암을 치유하고 암 진단 이전보다 질적으로 높아진 삶을 살 수 있도록 암경험자들에게 통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서로 지지, 격려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3년간 손발이 묶인 데다 내 꿈을 마음껏 펼칠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 열정적으로 일해도 소수 정예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앞이 막막했다. 내 삶의 목표가 사라지는 것 같아 한동안 마음이 힘들었다.
'꿈을 접어야 하나' 하고 고민이 컸던 몇 달 전 희망이 찾아왔다. 암 경험 시기와 암의 종류, 나이는 달랐지만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건강과 행복을 누리고 싶은 암경험자들의 뜻이 모였다. 지난 주말 우리는 암경험자와 가족들을 위한 협동조합 창립총회를 가졌다. 최종 승인이 남았지만 캔프(can.f)라는 이름도 지었다. '암으로부터의 자유(cancer free)', '암 친구들(cancer friends)'이라는 의미다.
우리의 꿈은 암경험자 조합원들이 친구처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암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생계에 필요한 경제 활동도 가능한 곳. 암 치유 노하우를 배우고 질 높은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서로 지지, 응원을 펼칠 수 있는 커뮤니티. 그게 바로 캔프다.
홍헌표 캔서앤서(CancerAnswer)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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