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발 금융불안 일단 꺼졌지만…또 다른 불씨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작년 대비 부동산 15%가량 급락
대출 67% 차지 중소형은행 ‘뇌관’
미국 중소은행인 퍼스트 시티즌스가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인수하면서 은행 신용불안 사태가 일단 소강 국면에 진입했다. 당장 위기가 다른 은행들로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미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이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퍼스트 시티즌스 주가는 53.7% 급등한 895.61달러에 장을 마쳤다. SVB 파산 이전인 한 달 전보다도 약 20% 오른 가격이다. 리퍼블릭 은행(11.98%)뿐만 아니라 키코프(5.35%), 팩웨스트(3.46%), 웨스턴얼라이언스(3.03%) 등 다른 중소은행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SVB 파산 사태가 중소형 은행으로 번지는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SVB, 크레디트스위스(CS), 도이치방크까지 확산했던 은행 불안이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당장 시장에서는 미국의 CMBS 연체율이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을 위기의 불씨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CMBS 연체율은 3.12%로 1월 2.94%에 비해 0.18%포인트 상승했다. CMBS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의 하나로 금융기관이 업무용 건물이나 상가,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증권을 뜻한다. 특히 사무용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CMBS의 연체율은 전월 대비 0.55%포인트 상승한 2.38%를 나타냈다.
CMBS의 연체율이 높아진 것은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큰 폭 떨어지고, 자본조달 비용도 급격히 늘어나면서 리파이낸싱(조달한 자금을 상환한 뒤 재조달하는 것)도 이전보다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최고점 대비 15%가량 급락한 상태다.
따라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 은행 대출 등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중소형 은행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올 2월 말 미국 총자산 상위 25개 대형 은행을 제외한 중소형 은행은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67.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은행들의 대출위험 관리 강화 등으로 CMBS 연체률이 추가 상승할 위험이 잠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험이 다시 중소형 은행의 대출자산 부실로 파급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향후에도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에 따른 은행 불안이 재발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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