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처럼 다시"…'리바운드' 안재홍→이신영, 농구코트 달군 열정(종합)[현장의 재구성]
[OSEN=김보라 기자] “작년 여름에 이 배우들과 함께 땀 흘리며 열심히 만들었다. 관객들이 꼭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장항준 감독은 28일 오후 서울 이촌동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리바운드’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국내 영화계에서) 내가 만만해서 그런지, 4월이 체육의 달도 아닌데, 약속이나 한 듯 스포츠영화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저희 영화를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이같이 털어놓으며 기분 좋게 웃었다.
장항준 감독이 연출한 영화 ‘리바운드’(제공 넥슨코리아,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워크하우스컴퍼니, 공동제공배급 바른손이앤에이)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 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2019~2021)과 드라마 ‘시그널’(2016)의 김은희 작가, 넷플릭스 ‘수리남’(2022)과 영화 ‘공작’(2018)의 권성휘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곳곳에 웃음과 감동 코드가 숨어있어 미소 짓게 만든다.
장항준 감독은 “누누이 말씀을 드리지만 저희 영화의 개봉 시기는 처음부터 4월이었다”면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로 인해 갑작스럽게 개봉일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 감독은 “‘슬램덩크’와 다른 점은 지금을 살아가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교하면서 “(농구 같은) 엘리트 체육은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입성하길) 바라지만 끝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마지막이 오늘일지, 내일일지 확실히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청년들이 저희 영화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 ‘기억의 밤’(2017) 이후 6년 만에 연출작을 내놓게 됐다. “제가 개봉을 앞두고 긴장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특히 긴장된다. 이 작품이 유작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다. 영화감독들은 살면서 몇 작품을 할 수 있을지 모르고, 또 언제 마지막 작품을 찍을지도 모른다. 저와 비슷한 또래 감독들도 현재 소수만 남은 상황이어서 저는 이 영화가 아닌 다음 작품쯤이 나의 유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영화의 흥행을 기대한다며 농담을 섞었다.
그가 이렇게 긴장하는 이유는 ‘리바운드’의 제작이 한 차례 무산됐었기 때문. “스태프가 해산됐다가 기적처럼 다시 투자자들을 만나 살아나게 됐다. 지난 2012년에 처음 기획돼 개봉하기까지 11년이나 걸렸다”며 “이 실화가 내 피를 끓게 했다. 가보지 않았던 농구 영화의 길에 들어섰지만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컸다”고 연출에 임한 마음을 밝혔다. “저는 ‘이 이야기가 가진 진정성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이렇게 개봉하는 날이 와서 정말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안재홍은 부산 중앙고 농구부 신임 코치 강양현 역을 맡아 싱크로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날 그는 “이 친구들과 촬영하면서 코치석에서 경기장을 바라보는데 문득 약 10년 전쯤에 (영화 ‘족구왕’에서) 족구를 하던 제 모습과 겹쳐지더라. 그때 (영화에서 제가 입었던) 유니폼도 파란색이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의 기분을 제가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고 선배로서 후배를 이끈 마음을 전했다.
한편 신예 이신영이 주장 기범을 완성했다. ‘리바운드’가 그의 스크린 데뷔작. 이신영은 ‘리바운드’를 하기 전, 농구를 하지 못했지만 촬영에 들어가기 두 달 전부터 연습해 경기에서 뛸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고 한다. 이날 그는 “저는 원래 농구를 못했지만 연습을 하고 일지를 쓰면서 할 수 있게 됐다. 안 되던 동작들을 촬영 후반부에 가서 점점 하게 되면서 ‘이게 나의 개인적인 기적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돌아봤다.
2AM 멤버 겸 배우 정진운이 스몰 포워드 규혁을 연기했다. 부상으로 인해 농구를 그만둔 규혁은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그는 이날 “규혁이 신었던 신발을 구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며 “농구하는 자세에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실제 인물과 저 개인의 영광스러웠던 순간의 교집합을 찾아나가면서 연구했다”고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을 들려줬다.
두 사람과 함께 부산 중앙고 농구부를 완성한 신예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김택은 점프력이 좋은 순규 역을, 정건주는 길거리 농구를 즐겼던 강호 역을, 김민은 농구 경험이 전무한 신입생 재윤 역을, 안지호는 열정 가득한 신입생 진욱 역을 각각 맡아 실제 선수 같은 열정과 기량을 발휘했다.
애정은 크지만 농구에 서툰 선수들이 만나, 각기 다른 포지션을 맡아 팀워크를 다지면서 스포츠영화의 기본인 승부 근성과 악바리 정신을 그려 감동을 안긴다.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는 과정과 그 시간을 통한 이들의 성장기가 웃음 섞인 눈물을 뽑아낸다.
‘리바운드’는 4월 5일 극장 개봉한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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