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미라도 파업 중”…연금개혁 반대, 루브르박물관 문 닫아
경찰 배치 대거 늘리기로
“모나리자도, 미라도 파업 중입니다.”
프랑스 주요 노조들이 이끄는 연금개혁 반대 제10차 시위를 하루 앞둔 27일(현지시간) 노동자들이 루브르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앞에 모였다. 이들은 입구가 막혀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들을 향해 영어로 파업 이유를 설명했다.
루브르박물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하루 종일 문을 닫았다. 박물관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어와 프랑스어로 “전문직 노조의 사회운동으로 지금 박물관 문을 열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루브르박물관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첫 번째 취임식을 연 곳이다.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고고학자 20명도 박물관 파업 현장을 찾았다. 일반노동총연맹(CGT) 고고학 분과 사무총장인 세브린 우아르는 “우리 직종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이 있다. 당신이 고고학자라면 허리는 45세부터 구부정하게 풀려버린다”며 “우리 직종은 ‘대리 파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리 파업이란 공공·에너지 등 영향력을 발휘하기 쉬운 특정 분야의 직군에 파업을 맡기고 나머지 노동자들은 파업을 지지하면서 불참하는 것을 말한다. 1990년대 이후 프랑스의 노동운동 양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우아르는 박물관 노동자들의 파업 참여를 두고 “지속적인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고립되게 두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 작가 로랑 비네도 박물관을 찾았다. 랑시에르는 “힘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집합적 재산, 집합적 노동자,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원치 않아 보인다. 그들은 노동에 기반한 연금이 아니라 오직 자본에 기반할 미래를 기다리며, 매일 자신을 팔고, 자신을 위해, 자신만을 위해 포인트를 축적하는 개인만이 존재하기를 원한다”면서 “우리는 듣지 않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으므로 끝까지, 즉 승리할 때까지 싸우는 것 외에 다른 해결책은 없다”고 말했다.
28일에는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제10차 시위가 열려 지하철, 고속철도, 항공 등이 부분 운행한다. 이날 시위에 맞춰 주요 노동조합의 파업도 줄지을 예정이다. 초등학교 교사 30%가량도 이날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정유소 파업이 길어지면서 프랑스 전역에 있는 주유소 15%가 휘발유 부족을 겪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가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시위 현장에 대규모 경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과 군경찰을 파리에 5500명 등 프랑스 전역에 1만3000명 배치한다며 “전례 없는 규모”라고 밝혔다. 시위에 대응하는 경찰 특별 조직인 브라브 엠(Brav-M)이 강압적으로 시위대를 대했다는 폭로가 잇달아 나오면서 여기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파리 | 박은하 유럽 순회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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