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기록물을 세계로”…문화재청 심사 ‘첫 관문’
[KBS 제주] [앵커]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담은 제주 4·3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로 나가려면 우선 국내 관문부터 넘어서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경쟁이 예상됩니다.
나종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는 4·3 기록물은 약 3만여 건.
재심 청구의 유일한 자료인 4·3 당시 수형인 명부와 미군정 보고서, 4·3 이후 도민들이 뼈아픈 역사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담긴 기록물 등으로 나뉩니다.
[양정심/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 : "(4·3 기록물은) 민간인 학살, 국가폭력의 전형적인 모습을 담고 있고, 사건 이후는 제주도민, 여러 시민사회 단체가 같이 자발적인 진상규명 운동을 통해 국가의 공식 조사와 진상규명, 명예회복을 이끌어 낸."]
세계유산 등재 논의가 시작된 건 2012년.
광주 5·18 사례가 도화선이 됐습니다.
[허영선/제주4·3연구소장 : "2011년에 5·18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을 보고 연구자들 사이에서 4·3은 세계사적으로도 알릴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죠."]
2017년에는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이 4·3 기록물을 전산화하며 본격적인 등재에 나섰지만 이듬해 위안부 기록에 대한 일본 정부의 문제 제기에 유네스코의 절차가 멈추며 정작 첫 발은 떼지 못했습니다.
5년 만에 다시 기회가 열린 지금은 예전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 문화재청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 산림청의 산림녹화 기록물, 충남 태안 기름유출 피해 극복 기록물, 경북 안동시의 만인소, 구한말 유생 1만 명 상소문 등이 등재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국가당 2개 까지만 신청할 수 있어 1차 관문부터 넘어서야 합니다.
[김삼용/제주도 4·3지원과장 : "(등재 신청된 기록물은) 나름의 의미가 다 있습니다. 다 소중한 기록물이고요. 하지만 도민의 역량을 모은다면 (4·3 기록물 등재는)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4·3 기록물이 문화재청 심사를 거쳐 국내 신청작으로 선정되면 내년 3월 유네스코에 제출되고 최종 등재 여부는 2025년 하반기에 결정됩니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는 전 세계 80여 개 나라, 400여 건이 등재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5·18민주화운동 등 기록물 16건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국가폭력을 화해와 상생으로 이겨낸 4·3 기록물도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 나종훈입니다.
나종훈 기자 (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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