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보다 빨리 늘어난 ‘빚’…직장인 대출 평균 5000만원 넘었다
전년보다 340만원 증가
통계 작성 이후 최다 금액
2021년 직장인이 받은 평균 대출 금액이 처음으로 5000만원을 넘어섰다. 저금리에 부동산·금융 자산 가격 상승세가 맞물려 투자를 위한 ‘빚투’가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대출 증가율은 소폭 둔화됐지만 빚이 증가한 속도는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빨랐다.
28일 통계청이 낸 ‘2021년 일자리행정통계 임금근로자 부채’를 보면 2021년 12월 말 기준 임금노동자들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평균 금액은 5202만원으로 전년 대비 7%(340만원) 늘었다. 직장인 평균 대출액이 5000만원을 넘어선 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통계는 사업자 대출을 제외한 전세·학자금·생활비 대출 등 개인 명의 대출만 집계했다.
대출액 증가는 2021년 당시 상승세였던 자산 시장과 저금리가 이끌었다. 주택·주식 투자 열풍과 1%대 낮은 금리가 맞물려 투자 목적으로 낸 빚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 종류별로 보면 주택 외 담보대출(1731만원)이 11.4%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신용대출(1301만원)과 주택담보대출(1953만원)이 각각 4.9%, 5.6% 늘었다. 주택 외 담보대출은 29세 이하 연령서 증가 폭(22.8%)이 가장 컸고, 30대(15.3%), 40대(11.5%)에서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통계청은 당시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전세 관련 대출 확대가 주택 외 담보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주택 외 담보대출은 예·적금 담보대출, 유가증권 담보대출, 토지·상가 담보대출, 보금자리론, 학자금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이 포함된다.
대출 증가율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전년(10.3%)에 비해 소폭 둔화됐다. 금융당국이 2021년 7월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한 영향으로 보인다.
차진숙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대출 규제 강화로 연체 가능성이 낮고 상환 능력이 높은 대상으로 대출이 이뤄졌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등 각종 대책이 나오면서 연체율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 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했다. 2021년 비은행 평균 대출은 1850만원으로 전년 대비 10.1%(170만원) 늘어난 반면 은행 평균 대출은 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저소득 임금노동자의 비은행 대출 비중이 두드러졌다. 소득 3000만원 미만 임금노동자는 전체 평균 대출액 2496만원 가운데 1222만원(49%)을 비은행권에서 받았다. 소득 3000만∼5000만원 미만은 37%, 5000만∼7000만원 미만은 31%, 7000만∼1억원은 26%를 비은행에서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소득 증가율은 대출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2021년 임금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은 333만원으로 전년 대비 4.1%(13만원) 늘었다.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실질소득은 1.1% 감소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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