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맺은 위험한 거래… 인간의 탐욕·고뇌 꿰뚫다
27년 전 악마 메피스토 분한 유인촌
이번엔 욕망 좇는 파우스트役 맡아
“이제서야 그의 고통 느껴져” 고백
5년 만에 연극 무대 돌아온 박해수
오만·교활한 악마 연기로 무대 장악
30년 나이차 뛰어 넘어 탁월한 호흡
“태양이니 별이니 그딴 거 관심도 없고요. 오직 인간들이 자기 자신에게 어떻게 고통을 주는지 그게 제 관심사일 뿐입니다…지금 지상은 최악이죠. 거긴 제가 할 일이 없어요. 인간들이 더 악마 같으니까.”
박해수는 시연 후 기자간담회에서 “오랜(5년여)만의 무대라 첫날부터 홀딱 벗고 하는 것처럼 주야장천 연습했다”며 웃었다. 이어 “무조건 악하기보다 ‘악의 평범성’에 초점을 맞춰 (메피스토를)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며 “악한 인물도 시초엔 어떤 씨앗이 뿌려졌을 거라 고민하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1749∼1832)가 23살에 쓰기 시작해 60년 가까이 걸려 완성한 ‘파우스트’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한 현자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와 위험한 계약을 맺으며 펼쳐지는 대립과 실존적 고민을 그린 위대한 작품이다. 말년에 공허함에 시달리던 파우스트가 다시 젊어져 쾌락을 즐기는 대가로 메피스토에게 영혼을 걸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장대하게 진행된다.
박해수의 연기는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와 있을 때 더 빛났다. 평소 존경해온 대선배 유인촌(72)이 파트너로서 잘 받아주고 반사해준 덕분이다. 박해수는 2011년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로 그해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은 바 있다. 그 인연만큼 두 연기파 배우는 30년 나이 차를 뛰어넘어 빼어난 호흡을 자랑한다.
27년 전 자신이 제작한 연극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를 연기했던 유인촌은 ‘연기장인’답게 파우스트 역도 잘 어울렸다. 신의 충실한 종임에도 인간적 욕망에 눈이 멀어 결국 대적하던 악마와도 손잡는 파우스트의 양면성과 고뇌를 노련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연출은 ‘코리올라누스’, ‘페르귄트’, ‘햄릿’ 등 고전에 대한 탁월한 해석으로 주목받은 양정웅이 맡았다. 양 연출은 “‘파우스트’는 시대와 공간, 문화와 언어를 뛰어넘어 인간의 본질을 다룬다”면서 “특히 메피스토는 현대인들의 속마음을 그대로 꿰뚫어 본다.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욕망과 인간의 모순 등이 잘 그려져 있다”고 말했다. 31일 LG아트센터 대극장(시그니처홀)에서 개막해 다음 달 29일까지.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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