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곧 떨어질 것 같다면 뭘 사야 할까요?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2023. 3. 2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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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단일종목 ETF, 만기매칭형 채권 ETF 등 다양한 형태의 채권 ETF가 상장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홍보관의 모습. [출처 : 연합뉴스]
지금 미국의 기준금리가 4.75~5.00%,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50%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전에는 금리가 어느 정도였을까요? 미국은 1.00~1.25%, 한국은 1.25%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국에서 제로금리가 이어지다 지난 한해 역대급 금리 인상 랠리가 펼쳐진 것인데요.

이렇게 비교를 해봐도 현재 금리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고금리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품을 만합니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금리 인상 사이클이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내년 중, 이르면 올해 말에는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금리 하락기를 앞둔 유망 투자 대상이 채권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채권 투자가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데요. 이번엔 채권 투자에 앞서 알아두어야 할 점과 최근 등장한 채권 관련 투자 상품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금리 떨어지면 왜 채권 가격이 오르나요?
채권은 일종의 차용증이죠. 국가나 회사에 돈을 빌리면서 언제 원금을 갚겠다, 이자는 얼마를 주겠다고 쓴 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금은 만기가 돼야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몰아서 받는데요. 채권은 보통 3개월에 한번씩 이자를 줍니다. 그리고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도중에 매도할 수 있습니다. 예금은 중도에 해지하면 원금은 그대로 주지만 이자는 다 주질 않죠. 채권은 그렇지 않습니다. 새로 채권을 매수한 투자자가 앞으로 이자를 받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채권을 만기 전에 매도할 때 금리가 채권 매입 당시보다 올라있으면 보유한 채권의 가치는 떨어지고, 금리가 떨어져 있다면 채권의 가치는 올라가게 됩니다. 내가 갖고 있는 채권의 금리는 그대로인데 채권의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야 채권 투자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 직후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5%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물가가 1년에 6% 정도 오르고 있으니 이 채권을 들고 있는 사람은 사실상 돈을 잃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새로 나오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금리는 3.60%입니다. 0.5% 금리를 주는 미국 국채를 쳐다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원금이 1만원이라면 1만원 이하의 가격에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좀더 정밀하게 계산해보겠습니다. 원금 1억원, 만기 3년, 금리 10%의 채권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시중금리가 3%일 때 이 채권의 가격은 1억1978만원입니다. 시중금리가 3%라는 것은 한해 동안 화폐의 가치가 3%씩 떨어진다는 의미죠. 3년 동안 나오는 이자와 만기 때 나오는 원금을 시중금리 3%를 반영해 역산한 것이 이 채권의 가격입니다.

그런데 시중금리가 5%가 되면 1억1361만원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7%가 되면 1억786만원이 됩니다. 보시다시피 채권의 표면금리는 일정하지만 시중금리가 오르니까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만기 전에 매도한다는 전제에서 그렇습니다.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채권 가격은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석달마다 따박따박 이자를 챙겼다가 만기 시점에 원금을 되돌려 받으면 됩니다.

다같은 채권이 아니다…리스크와 리턴의 시소 관계
채권을 어떻게 사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채권 ETF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접근성 측면에서는 채권 ETF 투자는 소액으로 쉽고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 직접투자보다 우월하고, 수수료 면에서 채권 펀드보다 낫습니다. 간접투자이긴 하지만 채권 ETF를 사도 정해진 기간 마다 정해진 이자가 분배금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옵니다.

포털사이트의 증권탭이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서 채권 ETF를 찾아보면 종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중에 뭘 골라야할지 망설여질텐데요.

기본적으로 내가 어느 정도의 위험을 부담할지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채권을 발행한 곳,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신용등급을 일단 보셔야 합니다. 신용평가사가 채무자의 상태를 보고 ‘돈을 잘 갚을 것 같다’, ‘여기는 위험하다’라는 것을 점수로 표기한 것이 신용등급입니다.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AAA, AA, A, BBB, BB, B, CCC 등과 같은 순서입니다. 국가나 공기업, 은행, 지방자치단체 등은 대부분 AAA 또는 AA입니다. 금리가 낮긴 하지만 안정성은 최고입니다. ETF 검색창에서 ‘국채’, ‘국공채’를 검색하시면 됩니다.

금리로 보자면 A 이상의 회사채를 주로 권합니다. 금리도 어느 정도 나오고, 당장 망할 회사는 아닙니다. 국채와 회사채를 섞은 ETF를 찾는다면 종합채권 ETF를 검색해보시면 됩니다.

BBB 이하는 정크 본드라고 해서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전문가의 영역인 만큼 채권 초보자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만기도 중요합니다. 10년 뒤에 돈을 갚겠다와 당장 내년에 갚겠다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곳에서 발행했다고 해도 장기채권이 당연히 금리가 높습니다. 리스크가 장기채권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또 만기가 10년씩 되는 장기 채권은 1~2년의 단기채권보다 채권 가격의 변동이 큽니다. 지금처럼 금리 하락, 채권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장기채권의 가격이 단기채권보다 더 많이 오를 것이란 의미입니다.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하락한다고 생각한다면 장기채에 투자하는 게 정석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삼성전자 대신 삼성전자 ETF를 사는 이유
최근에 채권쪽이 워낙 핫하다보니 다양한 형태의 채권 ETF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소개하고 싶은 채권 ETF는 ‘단일종목 ETF’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단일 종목은 주식 한 종목을 말합니다. 주식과 채권을 섞어서 담는 혼합형 ETF인데요. 대강 주식에 30%, 채권에 70%를 투자합니다.

현재 삼성전자,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를 각각 담는 4개의 단일종목 ETF가 상장돼있습니다. 주식으로는 삼성전자처럼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한 종목만 담고 채권은 국채, 회사채 등 9개 이상의 종목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하나의 ETF로 자산배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안정적인 채권에 주로 투자해 수익률을 방어하면서도 주식 중에서는 삼성전자나 테슬라만 사고 싶다는 투자자들에게 맞춤형인 투자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금같은 채권 ETF도 있습니다. 최소한 손실은 안 보겠다는 투자자들에게 제격입니다.

‘TIGER 24-04회사채(A+이상)액티브’ ETF는 2024년 4월이 만기인 ETF입니다. 만기가 정해진 ETF인 것이죠. 만약 만기 전에 금리가 하락해 채권가격이 오르면 ETF를 팔아서 매매차익을 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서 채권가격이 떨어지면 만기까지 보유하면 됩니다. 만기까지 들고가면 연 4% 정도의 수익이 납니다. 이런 ETF를 만기매칭형 채권 ETF라고 합니다.

물론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회사채를 주로 담기 때문에 회사가 망할 위험 정도는 감안하셔야 합니다. 그래도 예금금리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의 확정 이자를 보장하는데다 만기 이전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한번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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