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학역 보관소 ‘망가진 자전거들’…은퇴 기술자 손길 타고 ‘다시 쌩쌩’
‘연 100대’ 재활용 자전거는
저소득층·아동복지시설로
지난 27일 경기 안양시 만안구 명학역 자전거 보관소 3층 한쪽에서는 기술자들이 자전거 부품을 분해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기술자들은 자전거 바퀴의 나사를 풀고 자전거 체인을 뜯어 종류별로 분류했다. 노란색 플라스틱 박스 안에는 나사부터 체인, 자전거 핸들까지 각종 부품이 한가득 있었다.
기술자들이 모은 자전거 부품들은 모두 ‘재활용’된다. 버릴 부품은 버리고 쓸 만한 것은 추려 새로운 자전거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곳에서 10년째 기술자로 일하는 유동식씨(74)는 “여기 오는 자전거는 모두 길거리에 장기간 방치됐던 폐자전거”라면서 “이를 분해하고 조립해 쓸 수 있는 자전거로 만들고 있다. 보통 일주일에 2대 정도 재활용 자전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자전거 재활용’은 분해·세척·조립·도색의 순서로 이뤄진다. 먼저 폐자전거에서 쓸 만한 부품을 추리는 작업을 한다. 심하게 녹이 슬거나 부서져 쓸 수 없는 부분은 철, 고무, 플라스틱 등으로 분리해 버린다. 선별된 자전거 부품들은 깨끗하게 씻은 뒤 기술자의 손길로 다시 조립한다.
마지막으로 도색을 거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재활용 자전거가 된다. 기술자들은 작업을 마친 자전거의 뒷부분에 ‘월계수 잎 모양의 각인’을 새기고 있다. 승리의 상징인 월계수처럼 ‘자전거를 받은 사람들이 하는 일마다 잘되길 기원한다’는 마음이다.
각인까지 새겨진 자전거들은 자전거가 필요한 곳으로 간다. 저소득층 가정 및 아동복지시설에 자전거 교육·놀이용으로 우선 무상 제공된다. 동 행정복지센터 등을 통해 저소득층이나 공공기관 등에도 제공된다.
명학역 자전거 보관소에는 매년 400여대의 방치 자전거가 들어오고, 100여대의 재활용 자전거가 생산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기술자는 유씨를 포함해 총 5명이다. 모두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과 연계한 일자리다. 유씨는 “과거 자전거 판매장을 5년 동안 운영한 적이 있어 그 기술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었다”면서 “내가 직접 고친 자전거가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쓰인다고 생각하니 보람을 느낀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양시 관계자는 “자전거 재활용 사업을 통해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탄소 저감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지역 일자리도 창출하고 자전거 기부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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