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생중계 국무회의

역대 대통령은 주요 정치적 현안에 대한 견해를 공식적으로 국민에게 밝히기 위해 담화를 발표해왔다. 대통령은 공식 기자회견장에 서서 담화문을 읽어내려가고, 방송은 생중계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10월30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하루 만에 긴급 대국민담화를 내놓았다.
국무회의는 행정부 권한에 속하는 정책을 논의하는 최고 정책심의기관이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회의는 대통령(의장)과 국무총리(부의장)가 번갈아 주재한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본인 생각을 밝힐 때도 있지만, 대개는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하는 메시지가 많다. 그러다 보니 국무회의 발언이 TV로 생중계되는 일은 흔치 않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딱 한 번 있었다. 일본 정부가 2019년 8월2일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관련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자, 문 전 대통령은 오후에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했고 모두발언은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이 2주 연속 TV로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한·일 정상회담 결과와 주 최대 69시간 노동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국무회의였지만, 대상이 “국민 여러분”인 대국민담화였다. 윤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선 “내년도 예산안은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하겠다”고 설명하고, 북한 인권보고서 공개 발간을 거론하며 북한 인권 실태를 비판했다. 듣는 이도 “국무위원 여러분”이고, 국민적 관심이 높거나 시급하게 알려야 할 사안도 아닌 이런 발언들이 실시간 생중계 대상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직접 국정홍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 실제 정부 정책은 국민이 공감해야 성공할 수 있고, 민감한 사안일수록 국민과의 쌍방향 소통은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일방 중단했고, 기자회견이나 국내 언론 인터뷰를 회피하고 있다. 회의 석상에 앉아 생중계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대국민 독백’ ‘TV 쇼’로 비칠 뿐이다. “대통령은 언론에 자주 나와 기자들로부터 귀찮지만 자주 질문을 받아야 하고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했던 말을 되새겨야 한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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