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와 협약 때문에... 전북 고교 1학년만 전국 모의고사 못 봐

김은경 기자 입력 2023. 3. 28. 20:17 수정 2023. 3. 29.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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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보게 해달라” 교장들이 항의

지난 23일 전국 고등학교가 치른 ‘전국 연합 학력 평가’에서 전북 지역 고1 학생들만 시험을 보지 않은 것은 전북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과거 맺은 단체 협약 때문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그러자 전주 시내 고교 28곳의 교장들이 교육청을 찾아가 “내년에는 전북 고1 학생들도 3월 연합 평가를 치르게 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전북교육청이 이날 밝혔다. 전교조와 협약 때문에 전국 학력 평가를 치르지 못하자 지역 교장들이 단체로 반발한 것이다.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연합뉴스

전국 학력 평가는 고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형태의 모의고사로 고1·2학년은 연간 4차례(3·6·9·11월) 시험을 본다. 학교는 이 시험 결과를 진로·진학 지도에 쓰고 학생도 자기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올해 3월 시험에서 전북 고1 학생들만 빠진 것은 지난 2020년 전임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전교조와 맺은 단협에 ‘도교육청은 고교 1학년 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3월 전국 연합 학력 평가를 실시하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고1 3월부터 수능식 시험을 보면 경쟁과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주의 한 고교 교장은 “3월 시험을 치지 않으면 6월 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생 수준에 맞춘 수업과 진학 지도를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북 일부 고교는 평가 일에 교사들이 자체 출제한 문제나 전년도 시험지를 갖고 평가를 치렀다고 한다.학부모 불만도 적지 않다. 올 들어 전북교육청에는 ‘왜 3월 연합 평가를 보지 않느냐’는 학부모 문의 전화가 수십 건 쏟아졌고 국민신문고에도 관련 민원이 여럿 접수됐다. 전북교육청은 “3월 연합 평가를 원하는 학교·학부모·학생 요구가 많아 전교조와 새로 교섭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전교조 협약이 문제가 된 것은 이뿐이 아니다. 강원교육청도 작년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교 2~3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진단 평가를 하려다 전임 민병희 교육감이 전교조와 맺은 단협 조항 때문에 희망 학교만 대상으로 했다. 전국 교육청 17곳 가운데 8곳이 전교조와 단협에서 학력 평가를 금지하거나 지양한다는 내용을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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