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검정 고무신' 비극 누구 탓인가
'왜 신은 불쾌한 그림을 그릴 재능을 주셨을까요?'
네덜란드가 낳은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생전엔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한 가난한 화가였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란 말을 남기고 37년의 짧은 삶을 살다 간 비운의 화가였지만 지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로 추앙받고 있죠.
'죽어야 이슈가 될까' 고민했다던 고 이우영 작가.
만화 '검정 고무신'을 그려 오랜 기간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이 작가는 저작권 분쟁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다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 위원회 측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이 작가는 1,200만 원 받은 게 전부입니다. 1년에 80만 원을 지급한 꼴이고 검정 고무신 작품으로 77개의 사업을 했으니 한 사업당 15만 원 정도를 받은 겁니다.
사실 이런 불공정 계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2022 웹툰 사업체, 작가, 불공정 계약 실태조사'만 봐도 웹툰 작가의 약 60%가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하니까요.
이 작가의 안타까운 죽음 직후 문화체육관광부는 불공정 계약을 막겠다며 법률 지원센터 구축 TF를 발족했습니다만 이게 해결책이 될까요.
공정위는 이미 9년 전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한 그림책 '구름빵'의 작가 백희나 씨가 1,850만 원 밖에 보상받지 못한 게 논란이 되자 출판계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습니다.
극단적 상황이 터져야 정부와 관계 부처가 나서 호들갑을 떨다 마는 모습을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요.
선진국이 뭡니까. 일이 터진 후 뭔가 해보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미리미리 준비하는 국가 아닐까요.
작가의 예술혼과 창작 열정을 짓밟는 잘못된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K-컬처의 성과와 과실만 따 먹으려 하는 건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떠나 아예 염치가 없는 일입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검정 고무신' 비극 누구 탓인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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