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나빠질 거라더니…" 이통사 중간요금제의 역설

김다린 기자 2023. 3. 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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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추가 중간요금제 출시
정부 통신비 경감 대책의 일환
이통3사 실적 악화 이유로 꺼려와
정작 증권가에선 “실적 괜찮을 것”
尹 기대와 달리 이통사 웃을 수도…
중간요금제가 출시하더라도 이통사 실적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고물가 상황서 통신사도 고통 분담에 동참하라." 지난 2월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는 단호했다. 이통3사는 '추가 중간요금제'를 꺼내면서 화답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실제로 고물가 고통을 국민과 나눌지는 미지수다.

중간요금제가 또 나왔다. 최근 SK텔레콤은 고객의 선택권을 크게 강화한 5G 요금제의 출시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첫번째 중간요금제인 '베이직플러스(데이터 24㎇·월 5만9000원)'에 추가 요금을 내면 데이터를 더 쓸 수 있는 방식이다.

각각 3000원, 5000원, 7000원, 9000원을 더 내면 13㎇, 30㎇, 50㎇, 75㎇를 더 쓸 수 있다. 이는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일회성으로 1개월만 선택할 수도 있고, 특정 옵션을 매월 자동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SK텔레콤 요금제 신고를 수리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월 사용량이 24~110㎇ 사이인 이용자가 신설 요금제로 변경하면 월 최대 7000원의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세대별 차별화'도 꾀했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만 34세 이하 가입자를 대상으로 '0 청년 요금제' 11종도 출시한다. 청년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일반 요금제보다 최대 50%까지 늘렸다. 만 65세 이상 가입자를 대상으로 삼은 4만원대 신규 요금제 3종도 소개했다. 데이터 사용량이 10㎇ 이내로 많지 않은 어르신 고객이라면 일반 요금제를 쓸 때보다 월 4000~7000원가량 아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새 5G 요금제가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주도한 건 정부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23년 연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다양한 5G 요금제를 추가로 출시하도록 적극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작 이통3사는 이를 마뜩잖게 여겼다. 실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고객이 고가 요금제 대신 혜택이 많고 가격이 합리적인 중간요금제로 몰리면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감소해 수익성이 악화할 공산이 크다. ARPU는 통신사 실적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지표다.

이렇게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으면 주가도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올해 들어 이통3사의 투자 수익률(SK텔레콤 2.11%, KT -10.65%, LG유플러스 -1.54%)이 신통치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 역설 장밋빛 전망=그런데 증권업계는 SK텔레콤이 추가 요금제를 발표한 이후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나증권은 "우려와는 달리 이통3사의 이동전화 매출 감소 폭은 연간 1% 미만에 머물 전망"이라면서 "고가 요금제를 선택할 때 얻는 각종 혜택을 고려하면 중간요금제로의 이동은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요금제 업그레이드' 효과가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 제공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저가 요금제 고객이 중간요금제로 갈아타거나, LTE 가입자가 5G로 전환하면 오히려 실적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 역설 요금제 상향 조정=증권가의 이런 역설적 분석은 추가 중간요금제가 통신비를 경감하긴커녕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고가 요금제를 쓰는 고객이 중간요금제로 낮추는 걸 의도한 정부와 기대와 달리 중저가 요금제 라인업이 보강돼 저가요금제를 쓰던 고객이 더 비싼 중간요금제로 갈아탈 수 있어서다.

특히 전체 이동통신 회선 수 점유율의 과반(59.5%·1월 말 기준)을 차지하고 있는 LTE 가입자의 5G 전환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이들이 5G가 상용화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5G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는 여러 요인 중 하나는 비싼 요금제였는데, 중간요금제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간요금제를 통해 LTE 고객이 5G로 전환하면 이통사 실적엔 나쁠 게 없다. 5G 고객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LTE보다 높다는 걸 고려하면 중간요금제로 유입된 고객이라도 언제든 고가 요금제로 올라탈 가능성이 있다.

이동통신업계의 관계자는 "요금제를 다양하게 세분화했을 뿐, 실질적으로 요금이 줄어든 건 아니기 때문에 통신비 인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고가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선 요금제 변경의 메리트가 크지 않고, 저렴하고 합리적인 요금제엔 알뜰폰이란 대안도 있어 추가 중간요금제로 대거 몰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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