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대통령 직접 나선 저출산…尹 “단기적 대책으로 해결 안 돼”(종합)

세종=손덕호 기자 2023. 3. 2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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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며 의지 강조
‘부모급여’ 등 시행 중인 정책도 대책에 포함
저출산고령위 “순차적으로 대책 마련해 발표 예정”
“정부가 출산율을 단기적으로 높이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잘못”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고령위’)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조직이지만, 직접 주재한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회의에서는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를 조성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되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겠다는 새로운 대책은 많지 않았고, 기존 정책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솔직한 생각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먼저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가 아이들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정말 막말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더라도, 일단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보다 더 행복을 키워주는 문화, 또 열심히 하면 잘살 수 있는 문화로 많이 바뀌어야 한다”며 “지나치게 과도하고 불필요한 경쟁에 휘말리는 문화가 고쳐지지 않는 한 저출산 문제도 근본적인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우리 마을 문화, 이런 공동체 문화도 그런 방향으로 많이 바뀌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마련한 대책 소개보다는 ‘좋은 의견을 들어서 정책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메시지였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단기적 또는 일회성 대책으로는 절대 해결이 안 된다”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상시 열어서 긴밀한 당정의 공조로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는 그런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간 위원도 좋은 의견을 적극 개진해달라”고 말했다.

1월 31일 오전 대전 유성구 호수초등학교 초등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프로그램 체험을 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2월 중 20개교의 늘봄학교(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를 선정해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미래형·맞춤형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조선DB

◇유보통합·늘봄학교 저출산 대책으로 언급…이미 계획 발표돼 추진 중

김영미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향’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저출산고령위는 저출산 대응 5대 핵심분야로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과 교육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의 시간을 ▲가족친화적 주거 서비스 ▲양육비용 부담 경감 등을 제시했다.

이 중 ‘돌봄과 교육’ 분야 과제로 제시한 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과 초등학교 늘봄학교는 이미 교육부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양육비용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부모급여도 이미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육아기 재택·유연근무 활성화 방안은 사업자 지원 방안 마련을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2자녀 이상만 돼도 양육과 주거 지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영아 병원비 부담을 낮추고 난임 지원은 넓히는 내용이 대책에 포함됐다.

이 같은 회의 결과는 정부 대책으로 출산율이 단기간에 높아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저출산고령위는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안건 자료에서 초저출산 심화 원인으로 늦은 결혼(만혼)과 비혼이 증가하고 있고, 기혼 가정의 출산율도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늦추는 경향이 나타나는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혼인 건수가 크게 감소해 향후 2~3년간 초저출산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담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홍석철 상임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12월 발표한 정책인 육아휴직 6개월 연장, 이날 대책엔 포함 안 돼

정책 당국자가 ‘단기간에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인식을 밝히기도 했다. 홍석철 저출산고령위 상임위원은 전날(27일) 사전브리핑에서 “사실 정부가 출산율을 단기적으로 높이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주력해야 할 목표는 결혼, 출산, 양육 친화적인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출산율을 끌어올릴 특별한 대책이 담기지 않은 것과 관련한 설명도 했다. 홍 상임위원은 “(오늘 회의는) 향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위원회와 관계부처, 당정이 어떻게 대책을 마련해갈지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회의가 1차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2차, 3차 순차적으로 여러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책 방향성’을 논의하는 회의였다는 것이다. 홍 상임위원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보건복지 분야를 이끌었다.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5개월 간 공석이다가, 지난해 10월 13일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을 임명했다. 나 전 의원은 올해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출산시 대출원금 일부 탕감’ 구상을 언급했다가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이후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3일 사표를 수리하는 게 아니라 전격적으로 해임했다.

이번 저출산고령위의 발표 내용 중 상당수는 지난해 12월 나 전 의원이 부위원장 때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방안’에도 포함돼 있었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고, 특수형태근로자에게 육아휴직급여 지급,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 대상 확대 등의 내용이다. 다만 지난해 12월 발표한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발표한 업무계획에 담겨 있던 육아휴직을 1년에서 1년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은 이번 저출산고령위 보고 자료에 담겨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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