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 교과서'… 한일관계 개선 기조에도 다시 쌓이는 일본發 악재

노민호 기자 이창규 기자 2023. 3. 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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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해법 찬반 논란 속 日 '독도 영유권 억지' 등 계속
정부 "미래세대 교육서 더욱 책임 있는 행동 보여야" 촉구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이창규 기자 = 한일 정상이 '미래지향적 양국관계 구축'에 뜻을 모은 지 2주도 되지 않아 일본발(發) 악재가 불거졌다. 바로 28일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왜곡'된 주장이 실린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즉각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유감"의 뜻을 밝히고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한 항의와 별개로 '한일관계 개선' 기조는 계속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왜곡 교과서' 문제가 지난 10여년간 '연례행사'처럼 반복돼온 만큼 "한일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 정부가 이달 초 공개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두고도 국내에 찬반 갈등이 계속되고 있음을 들어 "일본의 왜곡 교과서에 대해 강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정부의 대일정책도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통과한 초등학교 사회과·지도 교과서 10여종엔 과거 조선인 강제동원, 특히 '징병' 문제와 관련해 기존과 달리 '지원' 등 강제성이 결여된 표현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 위한 의도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이들 교과서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의 고유영토'란 내용이 명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그간 독도가 1905년 시마네(島根)현에 편입 고시된 자국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란 억지 주장을 펴왔다.

이와 관련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들은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표기해왔으나, 이번엔 '고유 영토'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독도 영유권에 대한 '억지 주장'을 한층 더 강화한 셈이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내년부터 쓰일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 같은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뒤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독도는 역사·지리·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다" "일본의 어떤 주장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리 정부는 또 일본의 이날 교과서 검정 결과 중 강제동원 관련 서술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혀온 사죄·반성의 정신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갈 것"을 촉구했다.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 2023.3.2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와 관련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오후 구마가이 나오키(熊谷直樹) 주한일본대사관 대사대리(총괄공사)를 초치해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는 "한일 양국 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선 미래를 짊어져갈 세대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기초가 돼야 한다"며 "일본 정부는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세대의 교육에서 더욱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성명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열린 정상회담 당시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에 뜻을 모은 사실을 상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유감 표명 등에도 불구하고 "일본 측이 교과서의 '왜곡' 서술을 시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 등의 중론이다.

'독도는 일본 땅'이란 억지 주장은 일본 정부의 각종 대내외 공식 문서상에도 기재돼 있는 사항일뿐더러, 교과서상에서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것 또한 지난 2021년 4월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일관계 소식통은 "일본의 교과서 문제는 이미 기시다 총리가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며 "당장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로부터 일본의 이번 교과서 검정과 관련해 "일희일비할 게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도 이 같은 상황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 뒤에도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불확실한 현 상황에서 "이번 교과서 문제는 대일 여론은 물론,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평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는 일본 정부로서도 추후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을 추진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앞선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기시다 총리는 이르면 올 6월 이후 우리나라를 찾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이제 기시다 총리가 잘 해줘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기시다 총리에게 한국 방문이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오는 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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