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 칼럼] YS DJ도 울고 갈 패거리 정치

2023. 3. 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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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부국장 겸 정치정책부장

"요새는 상임위별로 서로 밥도 안 먹더라. 내가 (의장)공관으로 상임위를 초청했더니 체한다고 (여야 중) 한쪽은 오지 않더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얼마 전 기자들에게 털어놓은 얘기다. 여야 의원들이 같이 밥도 안 먹는다는 얘기다.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노무현 정권때부터 시작됐으니 벌써 20여년이 됐다. 진영논리에 증오의 팬덤정치가 가세한 결과다.

여야의 식사정치 단절은 최근 세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요즘은 같은 당 내에서도 특정 계파 의원들 끼리만 식사를 한다고 한다. 계파가 다르면 식사조차 꺼린다는 것이다. 생각이 워낙 다르다보니 서먹한 자리가 될 수 있어서다. 개딸이 당내 타 계파 의원들에 대한 집단공격을 서슴지 않는 세태와 맞닿아 있다. 패거리 정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국 정치가 패거리 정치에 발목이 잡혀 있다. 여야 할 것 없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친윤 패거리가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친명 패거리가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반대 목소리는 울림없는 메아리다. 당내 민주주의는 퇴보했다. 거꾸로 가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대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한마디로 블랙 코미디다.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장을 보호하기 위해 당 전체가 올인하는 모습은 조폭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대장의 혐의는 모두 조직과는 무관하다. 조직에 들어오기 전에 일어난 비리 혐의다. 전적으로 개인 문제다. 지금 그 자리에 있다는 게 유일한 연결 고리다. 정치탄압이라는 주장이 먹히지 않는 이유다. 각종 여론조사서 국민 과반이 구속수사에 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의 관심은 후보가 아니었다. 오로지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었다. 장애물을 하나 둘 정리해 특정후보에 탄탄대로를 열어준 것도 다름 아닌 윤심이었다. 장애물 정리에 집단으로 들러리를 선 초선들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 공천이 눈에 아른거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윤심몰이로 당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여야의 패거리 정치는 과거 3김 정치를 소환한다. 돈과 공천권을 무기로 한 3김 정치는 상도동 동교동 청구동으로 상징되는 계보정치였다. 의사결정은 계보 수장인 3김의 카리스마에 의존했다. 비민주적인 계파 중심의 인치는 3김청산론으로 이어졌다. 이를 기치로 등장한 게 오늘의 정치세력이다.

이들은 과연 3김정치를 제대로 극복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다. 3김 정치에서 달라진 건 금권정치와의 결별 정도다. 돈 정치는 확실히 사라졌다. 진일보 한 게 맞지만 3김 정치를 답습하거나 되레 퇴보한 것도 적지 않다.

공천을 고리로 한 패거리 정치는 닮은꼴이다. 돈만 빼면 크게 바뀐 게 없다. 친윤과 친명이 당 장악에 사활을 건 것도 총선 공천 때문이었다. 공천은 의원들에겐 생명줄이다. 여야 의원 상당수가 패거리의 비정상적인 횡포와 블랙 코미디 상황에서도 침묵하는 이유다.

정치의 생명인 소통은 오히려 퇴보했다. 당내 소통조차 안 되는 마당이다. 그러니 여야 소통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때는 현안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밤에 자주 어울렸다. 자연스럽게 물밑 채널이 형성됐다. 이들은 YS와 DJ의 은밀한 메신저 역할을 했다. 도저히 풀수 없을 것 같은 난제들을 푸는 1등공신이었다.

지금은 물밑 채널 자체가 없다. 막후 조율이 안되니 만나면 얼굴을 붉히기 일쑤다. 돌아서면 상대방에 책임을 떠넘기고 비방에 열을 올린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다, 현안이 풀릴 리 없다. 국가경제에 꼭 필요한 법안이 6개월, 1년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게 부지기수다.

거야는 입맛에 맞는 포퓰리즘 법안을 수시로 강행 처리한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기관차다. 여당은 무기력한 식물정당이다. 정치가 국민의 걱정거리가 된 지 오래다. 출구가 안보인다. "차라리 3김 때가 낫다"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이재창 부국장 겸 정치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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