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평등·노동현실 개선 없는 ‘저출산 대책’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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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8일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현 정부의 '저출산 대책' 윤곽을 처음 제시한 자리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는 등 되레 성평등에 역행하는 정부 기조로는 저출산 대응도 헛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
정부는 추가 논의를 거쳐 제4차 기본계획을 수정할 방침이라고 하는데, 저출산 대책은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성이 담보돼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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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저출생]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8일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현 정부의 ‘저출산 대책’ 윤곽을 처음 제시한 자리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까지 추락했다. 7년여 만에 위원장인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도 이런 급박한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제시된 대책은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하기보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마저 일으킨다.
정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초등학교 2학년에서 6학년 자녀까지 적용하고, 신혼부부 저금리 주택자금 대출 대상을 부부 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에서 8500만원 이하로 확대하는가 하면, 가정으로 찾아가는 아이돌봄서비스 공급을 지난해 7만8천가구에서 2027년 23만4천가구로 늘리는 등 다방면의 주요 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백화점식’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여전히 기존 제도를 조금씩 확장하는 나열식 대책 위주다.
특히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구조적 전환을 이끌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2020년 수립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기존의 ‘성평등 육아’ ‘성평등 교육’에 더해 ‘고용 성평등’도 주요 의제에 포함시켰다. 이처럼 각 분야에서 성평등을 통해 여성의 삶의 질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은 저출산 대책의 상식과도 같다. 그러나 이번 정부 대책에는 성평등이라는 열쇳말 자체가 빠져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는 등 되레 성평등에 역행하는 정부 기조로는 저출산 대응도 헛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
또 저출산의 배경에는 일·돌봄 병행, 경력 단절, 성별 임금 격차 등 장시간·저임금 노동구조와 직결된 문제가 많다. 최근의 ‘주 69시간 노동’ 논란에서도 드러난 정부의 시대역행적 사고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당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해결책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정부는 추가 논의를 거쳐 제4차 기본계획을 수정할 방침이라고 하는데, 저출산 대책은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성이 담보돼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성평등과 삶의 질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며 지난 정부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과감히 보완해 나가야 한다. 외국에 비해 뒤처지는 정책적 투자 규모를 과감하게 키우는 것도 검토할 시점이 됐다. 최근 일방적 정책 추진이 청년세대의 반발에 부딪쳤던 사례들을 교훈 삼아 직접 소통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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