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육아휴직 다녀오니 해고 통보…머나먼 ‘일·가정 양립’
[앵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정부는 육아휴직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기간도 늘리려 하고 있는데, 정작 일터의 현실은 이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산업과학부 신현욱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육아휴직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고요.
[기자]
제가 육아휴직 사용 이후에 불이익을 입은 분들을 직접 만나 봤는데요.
육아휴직을 쓰고 돌아오니 낮 근무를 하던 직원이 야간 근무로 재배치 된 경우가 있었고요.
육아휴직을 신청하니 '임신으로 업무 수행이 불가하다'며 바로 해고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분들 이야기 먼저 들어보시죠.
[A 씨/음성변조 : "임신은 축하하지만 그만두는 것을 한번 생각 해봐라. 배가 불러있는 사람한테 일 시키기 불편하니까 배 부르기 전에 그만둬라."]
[B 씨/음성변조 : "배치할 만한 부서가 없다고 말씀을 해주시면서 없는 자리를 만들어줄 수는 없다."]
이런 실태는 통계로도 드러납니다.
인권위가 실태조사를 해봤는데요.
육아휴직 사용자의 약 70%가 배치와 승진에서, 71%가 보상과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불이익을 입은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일터에서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내기도 쉽지가 않겠어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육아휴직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 조직 문화를 구성원들이 학습하다 보면 제도 사용을 꺼리게 될 수밖에 없는데요.
한 시민단체가 조사해보니 직장인의 약 45%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경향은 '노동 약자'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한 사람 중 비정규직이 약 59%,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가 약 67%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열악한 사업장일수록 휴직자로 인한 업무 공백이 크고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점, 또 유급 휴직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큰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만약 육아휴직을 썼단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 그럼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나요?
[기자]
육아휴직 후 돌아오니 직무가 바뀌었거나, 연봉이 깎이는 것처럼 노동 조건이 바뀌었다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을 수 있습니다.
근로감독관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서 사업주에게 시정 조치를 내리게 되는데요.
이걸 따르지 않으면 형사처벌도 가능합니다.
앞서 본 사례처럼 육아휴직 때문에 해고를 당했다면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고요.
이 경우엔 각 지역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내가 불이익을 입은 건지 노동자 스스로가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명확한 기준이 있나요?
[기자]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을 마친 직원을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주는 직무에 복귀시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게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는데요.
한 마트에서 육아휴직 후 복직한 사람을 직급이 두 단계 강등된 영업 담당으로 발령 낸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 측은 임금 수준이 같으니까 불이익을 준 게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임금뿐 아니라 직위의 성격, 권한, 책임 등을 더 포괄적으로 따져서 동등한 업무인지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앵커]
육아휴직으로 불이익을 입는 노동자가 없게 하려면 제도를 어떻게 정비해야 할까요?
[기자]
본인이 입은 불이익이 육아휴직 때문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어렵습니다.
방대한 자료를 가진 회사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회사의 조치가 육아휴직 때문인지를 사업주가 입증하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현행법은 육아휴직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개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 고령자고용법 등은 이미 불리한 처우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있거든요.
이걸 참고해서 불리한 처우가 무엇인지,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지영/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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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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