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탈출한 얼룩말부터 진주귀걸이 소녀까지… AI가 그린 `예술과 제품사이`

김나인 2023. 3. 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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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로켓 '스포키', 텍스트 입력에 정교한 이미지 구현
셀피 올리면 영화·아트 포스터 등 스타일별 아바타 인기
예술계선 AI 모작 비판… 딥페이크·저작권 등 논쟁 여전
AI '미드저니'에게 '여름(summer)' 키워드를 제시하자 그린 그림. 미드저니 제공
'세로' 패러디 이미지. 라이언로켓 제공

최근 동물원을 탈출해 시내를 활보한 얼룩말 '세로'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면서 세로의 탈출을 패러디한 수많은 이미지가 등장했다. 2021년 태어난 두살배기 얼룩말 세로는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해 도심을 활보하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세로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탈출한 세로의 꿈을 이뤄주자'며 두 발로 시내를 걷거나 음악을 연주하고, 오토바이를 타는 얼룩말의 이미지를 만들어 공유했다. 인스타그램에는 '탈출한 얼룩말(escaped_zebra)'이라는 팬 계정도 생겨 바스키아 화풍, 지하철을 기다리는 이미지 등 패러디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생성 AI 대중화·일상화 시작됐다

이들 이미지는 AI(인공지능)가 만들어낸 것이 특징이다. AI 스타트업 라이언로켓은 이미지 생성 AI 플랫폼인 '스포키'에서 이용자들이 36만건 이상의 이미지 데이터를 생성해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에서는 원하는 이미지를 텍스트 명령어로 입력하면 이미지 생성 기술(TTI, Text to Image)을 활용해 정교한 이미지로 구현해 준다. 스포키는 이용자들의 이미지 프롬프트 워크플로우를 모두 공유해 높은 품질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게 했다. 라이언로켓 관계자는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AI를 활용해 다양한 패러디 이미지를 만드는 등 생성 AI가 이미 일상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I를 이용한 그림은 친숙한 콘텐츠 생성·소비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간단한 명령어만 입력하면 다양한 콘셉트의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아바타 만들어 주는 AI도 인기

온라인 상에서는 AI 기술을 활용, 셀피(Selfie)를 재료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드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올해 초 선보인 이 서비스는 유료지만 보름 만에 사용자가 20만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10~20장 가량의 셀피 이미지를 올리면 수채화나 영화, 아트 포스터 등 12개 이상의 다양한 스타일별로 최대 200개 이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본인과 닮은 다양한 콘셉트의 이미지가 생성돼 특히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중심으로 프로필 이미지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놀이 형태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유료 AI 서비스에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SNS 통한 생성 AI 활용법 공유도 활발

유튜브나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스테이블 디퓨전이나 미드저니, 달리-2(DALL-E2) 등 생성 AI를 활용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그리거나 SNS에 맞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활용법을 알려주는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이 같은 서비스를 활용하면, 몇 개의 키워드만 입력해도 키워드에 맞는 추상적이거나 상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생성형 AI는 이용자가 입력한 질문이나 지시어의 수준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내놓아 최근에는 프롬프트(지시어)를 입력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하나의 직군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AI 그림, 저작권·가짜뉴스 주범으로도 지목

AI를 통해 그린 그림이 예술인가, 제품인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이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걸작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원작을 대체할 애호가들의 모작을 공모했는데, 그중 한 점이 AI가 그린 그림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를 두고 예술계 일각에서는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에 AI 미드저니로 제작된 작품인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1위에 올라 이슈가 됐다.

인간의 창작을 넘보는 AI 그림은 놀이나 밈(유행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활용돼 이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저작권이나 가짜뉴스 확산을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흰색 롱패딩을 입은 사진이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등장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기도 했다. 화제를 모은 이 이미지는 미드저니를 통해 만들어진 가짜 사진으로 판명됐다.

◇중국, 딥페이크에 대한 포괄적 규제 시행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가 퍼져 진짜가 아니냐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AI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진 이 이미지는 트럼프가 경찰을 피해 도망치고, 저항하는 모습까지 담았다. 교도소에서 재소자 복장을 하고 청소를 하는 이미지도 등장했다.

이와 같이 사실적인 AI 이미지를 활용한 가짜뉴스의 파급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AI 이미지는 수많은 인물의 사진과 동영상을 알고리즘에 따라 학습한 가상의 결과물인 만큼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중국은 세계 주요 국 중 처음으로 AI 기반으로 구현된 딥페이크에 대한 포괄적 규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EU(유럽연합)는 딥페이크 금지 대신 허위 정보 전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찾을 것을 IT(정보기술) 플랫폼에 권고하는 수준에 머문다.

◇생성 AI발 저작권 논쟁도 첨예

생성 AI와 관련한 저작권 문제도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의미해 AI가 만든 콘텐츠는 저작권법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와 별도로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를 무단으로 학습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있을 수 있다. 이미지 플랫폼 업체 게티이미지는 이미지 생성 AI 업체 '스테이블 디퓨전'을 상대로 1200만 개의 이미지를 허가 없이 복사했다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공방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 발달로 딥페이크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이를 악용할 위험도 높아졌다고 진단한다. 산업 발전에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관련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범용화된 생성형 AI를 일반인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만큼 AI 리터러시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법률 규제로 접근하면 산업 발전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와 관련 기업이 계도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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