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정부의 반쪽 대일외교 빌드업

세종=유현욱 기자 2023. 3. 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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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떡을 줘야 내가 떡을 준다는 식의 접근이 양국 관계에서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일본에 잔뜩 퍼주기만 했을 뿐 받은 건 없다'는 지적에 이런 반응을 내놓았다.

일본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상대방의 호응을 유도한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그는 "국제 관계는 일회성 게임이 아니라 반복 게임"이라며 "신뢰를 기반으로 양국 간 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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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욱 경제부 기자
[서울경제]

“네가 떡을 줘야 내가 떡을 준다는 식의 접근이 양국 관계에서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일본에 잔뜩 퍼주기만 했을 뿐 받은 건 없다’는 지적에 이런 반응을 내놓았다. 일본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상대방의 호응을 유도한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 장관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게임 이론’을 끌어왔다. 그는 “국제 관계는 일회성 게임이 아니라 반복 게임”이라며 “신뢰를 기반으로 양국 간 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도 관계가 지속될 경우 상호 협력이 ‘창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로버트 액설로드의 실험을 떠올리게 한다. 액설로드는 이를 ‘협력의 진화’로 이름 붙였다. 배반으로 취할 수 있는 이득보다 협력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장기적 이득이 더 크다면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은 ‘팃포탯(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다. 첫판에는 우선 협력하고 다음 판부터는 상대의 패를 그대로 따라 하는 전략이다. 자신의 선택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기에 뒤통수를 치기보다는 손을 잡는 게 합리적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빌드업도 마찬가지였다. 경색됐던 한일 관계를 ‘제3자 배상’이라는 협력의 제스처로 재설정할 때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기간 물컵의 남은 반을 채우기를 거부했고 방일 이후 우리가 화이트리스트 복원에 앞장섰지만 이에 상응하는 움직임은 아직이다. 떠보려는 듯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한국 측의 수출 관리 제도와 운용 상황의 실효성을 확실히 확인하고 싶다”고 뭉개고 있다.

액설로드의 실험에서는 배신을 눈감아주다가 ‘호구’로 전락한 ‘팃포투탯’도 등장한다. 한 번의 ‘잘못’을 용인했던 너그러운 팃포투탯의 말로는 그리 좋지 못했다. 특히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사기꾼 ‘테스터’의 먹잇감이었다.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한 우려도 여기에 있다. 자칫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수 있다. 김준현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순진하게 긍정 회로만 돌리다가 일본이 또다시 비수를 꺼낸다면 어떻게 할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세종=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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