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압구정 상권부터 반등 … 임대료 10% 넘게 오르기도
거리두기 완화에 매출 살아나
월임대료 명동 1200만원 1위
유커 늘어 뷰티매장 북적
"中단체관광 풀려야 완전회복"
점포당 매출액 상위는
강남 가로수길·을지로3가順
◆ 서울 주요상권 활기 ◆
28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 인근의 한 스시 레스토랑. 고가의 오마카세 메뉴로 운영되는 곳이었지만 평일 점심임에도 1, 2부 예약이 꽉 차 있었고 2부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으로 북적였다.
같은 시간 중구 명동의 의류 매장과 골목 맛집 앞엔 중국인 유튜버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들은 삼각대를 세워두고 맛집을 소개하거나 의류 브랜드 신상 제품의 가격을 중국과 비교하는 영상을 찍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서울 주요 상권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이어져온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외국인 관광객 유입 등이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상가 공실률은 줄어들고 임대료는 오르고 있다. 다만 코로나 이후 바뀐 소비 패턴에 상권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시내 140개 주요 상권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서울시 상가 임대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요 상권의 지난해 통상임대료는 3.3㎡당 22만9350원으로 집계됐다. 점포당 평균 전용면적은 58.7㎡이며 1층 점포의 통상임대료는 월평균 408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높은 곳은 명동 일대로 평균 전용면적(58.7㎡)당 월평균 1232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통상임대료는 월세에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한 환산액과 공용관리비를 모두 합한 금액을 뜻한다.
주요 상권별로 살펴보면 중구 명동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명동의 지난해 통상임대료는 67만6500원(이하 3.3㎡당)으로 조사됐다. 전년과 비교해 16% 오른 금액이다. 2위는 강남구 강남역으로 1층 상가 기준 47만3880원이었으며 3위는 종로구 광화문으로 37만1910원이었다. 이외에도 영등포구 여의도역(36만2010원),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34만1220원) 등이 평당 30만원 이상의 높은 임대료를 보였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전년과 비교해 임대료가 평균 14.1% 올랐다. 매출 역시 증가세다. 명동 거리와 강남역, 성수 카페거리 등은 평당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40% 안팎 증가했다.
서울의 대표 상권인 명동의 경우 외국인 방문객, 그중에서도 중국인 방문객 감소의 영향으로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특히나 이달부터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 의무가 사라지면서 방문객이 늘기 시작했다.
명동 소재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코로나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작년, 재작년과 비교하면 나아진 것은 맞는다"며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낮시간대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B중개법인 대표는 "여전히 임대인과 임차인 간 월세 의견 차는 크다"면서도 "최근 임차인들의 분위기는 '나중에 상권이 좀 더 살아날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다'는 심리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명동에서 영업 중인 한 식당 주인은 "이달 들어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장을 여는 곳이 늘고 있다"면서 "매출을 기대한다기보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 대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주요 상권의 공실률도 지난해 들어 차츰 감소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서울 중대형 상가(3층 이상 또는 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10%였으나 지난해 1분기와 2분기는 9.5%, 3분기와 4분기는 9.1%로 점점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서울 상권이 평균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별로는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명동을 비롯해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성수, 을지로 등은 회복세가 가파르다. 반면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같은 지역은 여전히 한산하다.
이날 방문한 가로수길 일대는 식음료 매장과 애플스토어 외에는 한가한 상황이었다. 중앙로의 1층 매장은 30%가량이 공실이었다. 가로수길의 상징이었던 카페 커피스미스 건물은 2021년 7월 이후 지금까지도 문이 닫혀 있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 모씨(39)는 "상권이 많이 죽어서 식당이나 카페 외에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것 같다"며 "공실이 증가하다 보니 손님들도 더 찾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상권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늘어났던 공실들이 회복되면서 바뀐 임차인들의 매장 구성이 코로나 이후 바뀐 소비 패턴·트렌드와 맞아떨어져야만 살아남게 됐다는 것이다.
진원창 알스퀘어 빅데이터분석실장은 "리테일 시장이 전반적으로 살아나고 있지만 호황인 곳은 점점 호황인 반면 부진한 곳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집객이 잘되는 콘텐츠가 많이 갖춰져 있느냐에 따라 나뉘고 있다"고 했다. 진 실장은 "가령 코로나 이후의 소비는 '초고가 아니면 초저가'로 나뉘기 때문에 이에 맞춰 명품 매장이 많은 지역들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가 부동산 투자 자체는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고금리는 여전한데 임대인들의 수익률 자체는 금리를 밑도는 수준"이라며 "최근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위기가 번지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했다.
[이석희 기자 / 박나은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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