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몰린 美동부 집값 뛸때 서부 곤두박질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3. 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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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부동산 침체기 '극과 극'
금융사 등 유치해 일자리 증가
버펄로·마이애미 8~12% '쑥'
감원 한파·재택근무자 전출
샌프란시스코 등 10% 급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부동산 침체기에도 동부 일대 주요 도시 집값이 1년 새 10%가량 오르는 등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전체 집값이 1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동부 지역은 일제히 상승하고 있어 이목을 끈다.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등 서부 지역은 10% 급락세를 보여 더욱 대조된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라는 한 나라에 주택시장이 두 개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27일(현지시간) '두 주택시장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기획기사를 내고 미국 서부는 집값이 줄줄이 급락하는데, 동부에는 '붐(Boom)'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부와 서부 집값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비친다.

미국은 연준이 긴축을 시작한 작년 3월 전만 해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도시부터 작은 마을에 이르기까지 집값이 치솟았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시장이 서부와 동부로 양분되기 시작했다. 주택담보대출 데이터 회사 블랙나이트의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그간 급속하게 성장해온 서부는 집값이 떨어지는 반면, 동부는 고금리에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벤처와 테크붐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던 지역에서는 집값이 1년 새 10% 이상 떨어지고 있다. 실제 올 1월 캘리포니아주와 샌프란시스코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3% 급락했다. 같은 기간 새너제이와 시애틀은 각각 10.5%, 7.5% 하락했다. 서부 대도시인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라스베이거스, 피닉스 등도 5%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샌프란시스코의 단독주택 매매가격 중간값은 지난해 3월 206만달러였지만 올해 2월에는 146만5000달러로 급락했다. 앤디 월든 블랙나이트 리서치전략 부사장은 "가격이 크게 하락한 도시로는 이주가 많았던 피닉스, 오스틴 같은 지역과 시장 호황으로 가격이 올랐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WSJ는 고금리와 일자리, 재택근무가 이들 도시의 주택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제로(0)에 가까웠던 기준금리가 최근 5%까지 올랐고, 이를 토대로 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에 이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부 일대는 작년 말 시작된 정보기술(IT) 기업의 대량 감원 한파에 지역 경기가 침체를 보이면서 주택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특히 서부에 직장이 있더라도 재택근무자들이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서부 대도시의 집값 하락을 이끌었다는 관측이다.

반대로 미국 동부는 '나 홀로 호황'을 즐기고 있다. 실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는 1년 새 12%, 올랜도는 9.3% 상승했다. 북동부 버펄로는 8.3%, 뉴욕·보스턴·워싱턴·시카고 등은 3.5~6.8% 올랐다. 일자리 증가가 가장 큰 상승 요인이다. 플로리다주와 동남부 지역은 최근 기업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며 일자리가 늘고 있다. 주디 제더 콜드웰뱅커 에이전트는 "금융회사 등 많은 회사가 마이애미로 오면서 새 직원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며 "집을 찾을 수 없는 근로자가 많다"고 전했다.

1년 새 8% 오른 뉴욕주 버펄로, 코네티컷주 하트퍼드는 대도시 후광효과를 보고 있다. 리사 바랄 맷 버크셔해서웨이 홈서비스 담당자는 "고금리가 이 지역 시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인근 보스턴, 뉴욕과 비교할 때 저렴한 집값이 강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미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미국은 12개월 연속 주택 매매가가 하락했다. 주택 매매 중간값은 36만3000달러로 전월 대비 0.2% 떨어졌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6.42%로 2주 연속 하락했지만 2월 초 6.09%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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