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둔 남자 농구 양희종 “통합우승으로 팬들 사랑 돌려 드리겠다”

이영빈 기자 2023. 3. 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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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은퇴 선언한 안양 KGC 양희종
“지금이 떠날 적기라 생각”
외국인 선수에 밀려 ‘공수겸장’으로 못 커
양희종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지난 26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안양 KGC인삼공사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교체투입된 KGC 양희종이 두 손을 허리에 두고 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양희종은 시즌 마지막 홈 경기인 이날 은퇴식을 가졌다. /연합뉴스

“통합 우승으로 화려하게 은퇴하겠습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프로농구 안양 KGC의 베테랑 양희종이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성적이 좋은 올해가 은퇴의 적기라고 생각했다”며 이처럼 말했다. 양희종은 지난 달 깜짝 은퇴를 선언했다. 17년을 KGC 한 팀에서 뛰던 주장 양희종의 은퇴라서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더 남아있었던 탓에 더 그랬다.

‘번아웃이 온 건 아니냐’는 물음에 양희종은 “그렇지 않다. 지금도 경기에 나설 때는 늘 설레고 기분이 좋다. 동료들과 같이 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내줘야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1~2시즌일 테지만, 어린 후배에게는 재능을 뽐낼 간절한 시간일 수 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떠나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17시즌 동안 양희종의 정규리그 한 경기 평균 성적은 6.0점 3.7리바운드. 평범한 성적임에도 팬들에게 사랑을 받은 건 매 경기 코트에서 몸을 날리는 살신성인 덕분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경기에서는 늘 활약했던 덕분에 더 큰 성원을 받았다. 특히 KGC의 첫 우승을 달성했던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원주 동부(현 DB)를 꺾어낸 결승 중거리 슛 득점이 양희종의 ‘강심장’을 대표하는 일화 중 하나다. 양희종은 “승부처에 집중력이 확 올라오는 편이다. 타고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KGC는 심장이 커다란 양희종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3회, 정규리그 2회 우승을 차지했다.

양희종의 주무대는 수비다. 2013-2014시즌 최우수 수비상을 받는 등 대외적으로도 인정 받는다. 하지만 사실 양희종은 대학 시절 내외곽을 넘나드는 득점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공수겸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프로에 와서는 외국인 선수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데 전념하면서 공격성을 잃었다.

양희종은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공격도 꽤 괜찮은 선수였다는 걸 아시는 분은 아신다. 하지만 프로에 와서 팀에 공격을 잘하는 선수가 많아 스타일을 바꿨다. 내 체력이 100이라면 수비에 80정도를 써야만 했다. 공격에 20정도를 쓸 수 밖에 없었다”며 “다만 농구는 5대5로 뛰는 경기다. 나보다 더 공격이 뛰어난 선수가 있으면 내가 수비를 하는게 맞는다”라고 했다. 이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노력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국내 농구에는 양희종 같이 대학 때는 득점을 잘했지만, 프로에서는 수비 일변도로 변하는 선수가 더러 있다. 그래서 프로농구가 외국인 선수 위주로 운영되는 탓에 재능이 희생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양희종은 이에 대해 “한국 농구 지도자분들이 그렇게 허투루 보지 않는다. 오세근, 변준형처럼 뛰어난 기술로 대량 득점을 하는 한국 선수가 많다. 득점을 많이 하고 싶다면, 본인이 노력해서 팀 내에서 인정을 받는 게 우선일 것이다”고 했다.

양희종은 아홉 시즌 동안 KGC의 주장으로 뛰었다. ‘차기 주장은 누가 되는 게 좋겠느냐’는 물음엔 “어렵다. 순리대로라면 다음 최고참인 오세근인데, 무릎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 본인 몸을 관리하는 것도 바쁜데 주장 역할까지 수행하는 스트레스를 주는 게 맞는 건가 싶다. 내가 떠난 뒤 감독님과 구단 분들이 잘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KGC 특유의 끈끈한 팀 문화에 대해서도 말했다. 양희종은 “우리는 선수들이 오히려 구단 직원들의 복지를 더 챙기려고 한다. 덕분에 직원 분들은 우리를 더 챙기는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음에도 정규리그 우승을 한 건 이런 문화 덕분이었다. 내가 없어도 앞으로 이런 팀 문화를 더 잘 만들어나가서 계속 명문 구단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희종은 선수로서 뛰는 마지막 시즌을 ‘통합 우승(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했다. KGC가 구단 역사상 두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던 지난 26일, 양희종의 정식 은퇴식도 함께 열렸다. 양희종은 “수많은 실수를 해도 팬들께서는 저를 묵묵히 응원해주셨다”며 “꼭 통합 우승을 해내서 팬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꼭 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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