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연봉 1억의 불명예

송민근 기자(stargazer@mk.co.kr) 2023. 3. 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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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들의 꿈'이라는 연봉 1억원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먼저 국내 급여소득자 평균 소득의 2.5배다. 국세청이 조사한 지난해 평균 근로소득은 4024만원에 불과했다.

줄을 세워보면 더 큰 차이가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2021년 기준, 전체 소득자를 줄 세웠을 때 중간을 의미하는 '중앙값'은 2515만원이다. 연봉 1억원은 국내 월급쟁이 100명 중 50등 위치에 선 사람이 받는 소득의 4배라는 의미다.

국세청은 지난해 억대 연봉자가 112만3000여 명이라고 밝혔다. 억대 연봉자 100만명 시대가 작년 처음 열렸다. 대기업 중에는 고연차 임원이 많고 전체 직원 수가 적은 경우 평균 연봉 2억원을 돌파한 곳도 있다. SK스퀘어, (주)LG, DL(주) 세 곳이다.

억대 연봉은 회사가 좋은 실적을 내고 이 과정에서 기여한 근로자가 인정받은 몫이다. 그런 만큼 억대 연봉자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코로나19와 공급망 불안 등 어려운 거시경제 여건 속에서 일궈낸 결과라면 박수받아 마땅하다.

다만 모든 고임금 고연봉이 바람직하다고 박수 치기는 어렵다. 높은 연봉의 뒤에는 늘 그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킹산직'이라 불리며 엄청난 경쟁률을 보인 생산직 공채는 평균 연봉 1억원의 안정적인 고소득 직장에 대한 열망의 표출이었다. 특히 그 이면에는 왜곡된 노동구조 안에서 편하게 돈을 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공장 내 와이파이 논란 등으로 자초한 불명예다.

남들은 불안한 미래에 정년 연장을 바라는데 조기 퇴직의 정례화를 요구하는 정유기업 근로자들도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수천만 원씩 성과급을 받았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니 억대 연봉이 아니꼬울 수밖에 없다.

100명 중 50등에 선 근로자는 자신의 수중에 놓인 2500만원과 그들이 받는 억대 연봉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억대 연봉 직장들이 '앉아서 돈 번다는' 불명예를 씻고 혁신과 성과의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

[송민근 산업부 stargaze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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