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34개 지자체 ‘다자녀 무상 우유’ 중단…이유는?

홍화경 2023. 3. 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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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자녀 가구에 정부가 무상으로 우유를 지원하던 정책이 이달부터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저출산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던 정부가 약속을 뒤짚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홍화경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아침마다 학교에서 나눠주는 200ml 짜리 흰우유입니다.

1981년 시작된 '학교 우유 급식 사업', 벌써 40년이 넘었는데요.

그런데 다자녀 가구에 우유를 무상으로 지원하던 정책이 이달부터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중학생 두 명과 초등학생 한 명을 자녀로 둔 학부모입니다.

새 학기가 되자, 우유 무상 지원 대상에서 빠진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세 아이의 한 달 식비만 150만 원인데, 우윳값으로 6만 원을 학교에 내야 할 처지입니다.

[유OO/다자녀 학부모 : "무상 우유까지 줄여버리면, 저는 우유를 줄이면 그만큼 애들을 사다 줘야 되니까 거기에 대한 가계 부담이 더 올라가죠."]

인터넷 카페엔 다자녀 가구 우유 무상 지원 중단을 놓고 날벼락이다, 살기 더 팍팍해졌다는 하소연이 이어집니다.

[박지애/다자녀 가정 학부모 : "인구 절벽 시대라고 하는데, 이 시대에 우리한테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아이 많으면 애국자라고 하는데 그런 건(혜택은)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문제는 불분명한 정부 지침이었습니다.

5년 전 농식품부의 학교 우유 급식 지침엔 무상 우유 지원 대상에 다자녀 가구를 고려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지침에선, 이 조항이 빠졌습니다.

다자녀 가정의 신청이 몰리면서 기존 예산으론 감당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 : "취약 계층 우선 지원이라 다자녀 일부만 지원했습니다.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었고요."]

올해 우유를 무상 지원받는 취약계층 학생은 70만 명 정도인데, 국비 470억 원이 들어갑니다.

다자녀 가정 학생은 전체 160만 명가량으로, 취약계층 학생보다 두 배 이상 많죠.

이들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예산이 천억 원 이상 든다는 계산인데요.

그래서 학교와 지자체가 재량으로 다자녀 가구를 지원하도록 했는데, 이번에는 학교가 반발했습니다.

학교 행정 시스템, 나이스(NEIS)를 통해서는 다자녀 가정 학생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방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다자녀를 거르려면 영양사 선생님들께서 가족관계증명서라든지 증빙 서류를 하나하나 다 받아야 됐던 거예요. 업무 과중이 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는 교육 당국의 요청에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차상위 계층, 한부모 가족, 특수 교육 대상자 등을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다자녀 가구 지원 조항은 삭제했습니다.

이런 사이 기초자치단체 34곳에서 6만여 다자녀 가구 학생 18만 명 넘게 우유 무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행정 정보를 볼 수 있는 정부 24시스템에선 다자녀 가구 여부가 등록돼 있어 확인이 가능한데요.

학교 행정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었을 텐데, 개선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우유 무상 지원이 사실상 설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농식품부가 5년 전. 정확한 예산을 따져보지도 않고 다자녀 가정 지원을 넣었고, 이후 학부모 반발을 우려한 정부와 지자체는 모호한 기준으로 계속 지원하면서 문제를 키운 셈입니다.

흰 우유 소비가 크게 줄면서 유업계는 손해를 감수하고 분유로 만들어 보관할 정도로 현재 우유의 원료, 원유가 남아돈다고 하죠.

이런 남아도는 흰 우유를 학교 급식 지원에 더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홍화경 기자 (vivi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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