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尹의 동방삭
한나라 무제는 무지막지한 통치자였다. 골칫거리였던 북방의 흉노를 정벌하고 동서남북으로 영토를 넓힌 영웅이었지만 종실을 포함해 수만 명을 처형한 폭군이기도 했다. 그의 변덕과 난폭한 성격 탓에 억울하게 죽거나 처벌을 받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간언을 올리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사마천도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그가 흉노에 투항한 장수 이릉을 변호하다 궁형에 처해진 사건은 유명하다. 사실 이릉의 항복은 무제의 책임이 컸다. 지원병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이릉은 수하 장병을 살리려고 어쩔 수 없이 투항했다.
동방삭은 이런 무제 옆에서 천수를 누렸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으로 시작하는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에도 그가 등장한다. 삼천갑자는 3000년을 60번, 즉 18만년을 살았다는 뜻이다. 동방삭이 무제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던 비결은 유머와 해학에 있다. 익살스러운 농담과 기발한 말솜씨가 경직된 무제의 마음을 녹였다. 그렇다고 달콤한 말만 한 것은 아니다. 황제의 기분을 살피며 할 말은 했다. 동방삭은 완곡한 표현으로 바른 소리를 하는 풍간의 명수였다. 무제가 정원과 사냥터로 쓰는 상림원을 확장하려고 할 때였다. 백성의 전답을 갈아엎고 멀리 떨어진 종남산과 상림원을 연결하는 대공사였다. 분명 옳지 못한 결정이었다. 이에 동방삭이 간했다. "사치가 도를 넘어서면 하늘이 변고를 내릴 터이니 상림원이 아무리 작다 해도 신은 오히려 그것이 크다고 여길 것입니다." 인재를 분별하지 못하는 무제를 향해 이런 말도 했다. "기용되면 호랑이요, 그렇지 못하면 쥐새끼." 황제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돌직구였지만 동방삭은 무사했다. 황제의 안색을 살피며 풍간을 올렸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을 앞두고 인적 개편 이야기가 나온다. 내년 총선도 있고 남은 4년 동안 국정 과제에서 성과를 내려면 다양한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여러 인재 중에 동방삭 같은 측근을 둔다면 좋지 않을까.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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