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신혼여행 떠난 신부…남편은 어디갔을까 [책리뷰]

구은서 2023. 3. 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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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플 만큼 밝은 멕시코 칸쿤의 햇빛, 고급스러운 리조트, 깔끔하게 정돈된 스위트 룸, 붉은 꽃을 머리칼에 꽂은 채 밝게 인사하는 리조트 직원들. 완벽한 허니문이다.

현조는 리조트에서, 리조트에서 벗어난 유적지 투어에서 남편 없이 신혼여행을 온 까닭을 묻는 사람들과 계속 마주친다.

노 작가는 실제 칸쿤으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

물론 남편과 함께 떠난 신혼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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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경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세노테 다이빙> 출간
노은지 작가의 데뷔 소설
휴양지 칸쿤에 혼자 도착한 신부
"남편은 죽었다" 답변했지만
원인에 대해서는 계속 말 바꿔
"신혼여행지에서 아이디어 얻어
5년간 다듬어 이제야 출간됐죠"

머리가 아플 만큼 밝은 멕시코 칸쿤의 햇빛, 고급스러운 리조트, 깔끔하게 정돈된 스위트 룸, 붉은 꽃을 머리칼에 꽂은 채 밝게 인사하는 리조트 직원들…. 완벽한 허니문이다. 신랑이 없다는 것만 빼면.

최근 출간된 노은지 작가(사진)의 장편소설 <세노테 다이빙>은 주인공 ‘현조’가 신혼여행지에 혼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소설은 ‘2023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부문 당선작이다. 신문사의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대부분은 단편이기 때문에 지면을 통해 작품 전체가 공개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지 못했다. 장편소설이어서 줄거리만 소개됐다가 마시멜로출판사에서 마침내 책으로 나왔다.

소설 속 주인공 현조는 어떤 연유로 나 홀로 신혼여행을 온 걸까. 체크인을 돕던 리조트 직원이 현조에게 예약자인 남편의 이름을 말하면서 행방을 묻는다. 현조는 답한다. “그는 죽었어요(He’s dead).”

남편은 정말 죽은 걸까.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카리브해처럼 소설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계속해서 의문을 자아낸다. 궁금증에 떠밀려 독자는 소설 속으로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현조는 리조트에서, 리조트에서 벗어난 유적지 투어에서 남편 없이 신혼여행을 온 까닭을 묻는 사람들과 계속 마주친다.

현조의 설명은 그때마다 바뀐다. 남편은 결혼식 1주일 전 열린 ‘총각파티’에서 시비가 붙었다가 머리를 부딪혀 죽기도 하고, 시누이를 스토킹하던 사람과 싸우던 와중에 칼에 맞아 죽거나, 단순 교통사고로 죽는다. 현조는 어떤 진실을 품고 칸쿤에 온 걸까.

소설은 감각적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평화롭기만 한 휴양지의 풍경, 신비로운 마야문명 유적지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읽다 보면 후덥지근한 열대의 바람을 맞으며 그곳에 서 있는 기분마저 든다. 압권은 소설 말미에 나오는 세노테 부분. 세노테는 석회암 암반이 함몰돼 지하수가 드러난 천연샘을 말한다. 현조는 우거진 숲 한가운데서 새로운 세노테를 발견하고, 점점 더 깊이 잠수한다. 그 고요한 물속에서 현조는 무언가를 발견한다. 자신의 삶을 바꿔놓을 어떤 얼굴을.

노 작가는 실제 칸쿤으로 떠난 신혼여행에서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 물론 남편과 함께 떠난 신혼여행이었다. 그는 ‘이 아름다운 곳에서 혼자 신혼여행을 온 여자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여러 공모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노 작가는 5년간 이 작품과 씨름했다.

초고는 단편이었지만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중편으로, 다시 장편으로 고쳐 썼다. 노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이) 알맞은 깊이가 될 때까지 파는 일은 끈기를 필요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은 세상의 이면을 파고들지만, 정작 내게 있어 소설은 현실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도피처였다”며 “이제는 내 소설이 누군가에게 도피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썼다.

2023 한경 신춘문예 심사위원이었던 은희경·이기호 소설가는 <세노테 다이빙>에 대해 “카리브해로 혼자 신혼여행을 떠난 현조의 여정을 따라가는 이 소설은 장소 그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고 주제(폐허와 탄생)가 되는, 서사적 완결성을 지닌 작품”이라고 말했다. “우리 시대 사랑에 대한 시의적절한 질문과 함께 안정된 문장과 플롯이 일품”이라고도 했다.

소설을 지은 노 작가는 출간 이후 “초고를 쓸 때까지만 해도 이 작품이 책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그래서인지 실물로 나온 책을 쥐고도 실감이 잘 안 났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만 쓰고 읽던 소설에 독자가 생겼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며 “소설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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