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성한 신한 알파운용센터장 “많이 올랐지만 2차전지가 제일 유망...덜 오른 종목 찾아라”
“2차전지 대장 격인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계획은 상당 부분 확정됐습니다. 그러나 삼성SDI의 경우 아직 투자 규모가 작 때문에 공급 업체들의 성장 폭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식 운용 경력 20년 차인 베테랑 펀드매니저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2차전지 업종 중 아직 주목받지 못한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2차전지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소외된 종목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특히 “후발 주자인 삼성SDI가 투자를 확대할 경우 수혜가 예상되는 소재·가공 업체가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2012~2013년, 중국 소비재 관련주 주가가 순차적으로 오른 사례를 설명했다. 먼저 주가가 오른 종목이 카지노 업체 파라다이스였고, 그 뒤에 화장품 중간재를 만드는 한국콜마, 코스맥스, 아모레 시리즈가 상승했다. 이들 주가가 순차적으로 빠진 이후에는 LG생활건강, 호텔신라 주가가 올랐다. 정 센터장은 “먼저 주목받는 종목이 있고, 그 뒤에 ‘키 맞추기’ 하면서 따라가는 종목이 있다”며 “2차전지 산업에서 그런 종목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재무 상태가 좋고 핵심 기술력을 사진 기업이라면 시가총액이 작아도 상관없다”며 “기업 탐방, 미팅을 통해 종목을 발굴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015년까지 승승장구하던 중소형주 펀드는 지금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펀드 자금 유출입에 따라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의 특성상 대규모 환매가 이뤄진 이후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소형주 펀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신한자산운용의 ‘신형중소형주알파펀드’는 2013년 5월, 펀드 설정 이후 상당한 수익률을 내고 있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145%에 이르고, 연도별로 따져봐도 2018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벤치마크(코스피 중소형주)보다 높은 수익률을 냈다.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정 센터장은 “산업의 흐름에 투자한다는 콘셉트로 산업 패러다임의 주도주에 투자한다”며 “직접 패러다임을 꾸리고, 산업 트렌드에 따라 패러다임에 대한 투자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한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신한 중소형주 펀드에서 비중이 큰 패러다임은 전기차·자율주행(18.34%), 인프라투자(16.23%)인데, 전기차·자율주행 패러다임에는 2차전지 관련주가, 인프라 투자에는 5G 관련주가 포함돼 있다.
투자 패러다임은 신한자산운용이 직접 분류한다. 정 센터장은 “대표적인 중소형 반도체주 한솔케미칼과 솔브레인의 경우 거래소 분류로 보면 ‘화학’ 업종에 들어가 있고, 에코프로는 ‘금융’, 엘앤에프는 ‘IT 부품’으로 분류돼 있다”며 “대형주는 업종 분류가 잘 돼 있지만, 최근 성장한 중소형주는 주력 사업과 업종 분류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직접 패러다임을 분류해 투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산업 흐름에 따라 패러다임도 계속 바꾸고 있다. 과거 중국 소비재 패러다임은 지금은 없고, 코로나 이후에는 ‘콘택트’ 패러다임이 새로 만들어졌다. 좋은 기업을 찾아 투자하다 보면 몇 개 종목에서 비슷한 산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생겨난다.
다만 정 센터장은 최근 주가가 급등한 로봇·인공지능(AI) 관련주는 별도의 패러다임을 만들지 않았다. 그는 “최근 로봇주가 크게 오른 것은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투자하면서 인수합병(M&A) 가치가 주가를 움직인 것”이라며 “대기업이 관련 산업의 시장을 늘리는 과정이지 로봇 산업의 핵심 기술력을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AI 관련 산업도 마찬가지다. 정 센터장은 “국내에서 AI 관련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대부분 하드웨어 기반의 회사들”이라며 “AI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은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정 센터장은 당분간 주식시장이 2300~2600선의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차전지, 풍력·태양광 발전설비 등 B2B(기업 간 거래) 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B2C(기업·소비자 거래) 중에는 K-팝, 임플란트, 화장품, 의료 장비 등 중국인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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