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했으면 난자냉동 지원 안 되나요?···‘비혼 여성’ 지운 출산 정책

정부가 28일 발표한 저출생 대책에 비혼 여성을 위한 출산 지원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난임 지원의 일환으로 냉동난자 보조생식술 지원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이조차도 비혼 여성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진 않다.
냉동난자 시술 지원 처음···“비혼여성 대상 검토하고 있지 않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냉동난자 보조생식술 지원’은 과배란을 유도해 채취한 난자를 냉동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냉동 보관한 난자는 향후 자연 임신이 되지 않아 인공수정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냉동난자 시술 지원책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8일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30~40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난자냉동 시술비를 시범 지원한다고 밝히면서 관심을 모았다. 서울시의 지원 대상에는 결혼하지 않은 비혼 여성도 포함됐다. 결혼한 여성이든 안 한 여성이든 가임력 보존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서울시와 달리 이번 정부대책에서 비혼 여성은 대상에 명확히 포함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비혼 여성이 냉동난자 시술 지원 대상에 포함이 되냐는 질문에 “아직 정확히 그 부분에 대해선 확정된 바는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원 대상으로 (비혼 여성을) 검토하고 있는 건 아닌 거로 안다”고 전했다.
이조차도 정부는 난임부부 시술 지원 정책을 확장하는 의미에서 냉동난자 시술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지원 방식 논의도 갈 길이 멀다. 복지부 측은 “난임 시술 지원처럼 건보 적용을 하는 방식으로 갈지 국가 예산 지원으로만 갈지는 논의가 돼야 한다”고 했다.
10명 중 4명 ‘비혼 출산 가능’하다지만···제도는 아직
‘비혼 여성’에 대한 출산 지원 논의는 2020년 방송인 사유리씨가 기증받은 정자로 단독 출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출산 시기에 속하는 20~30대의 인식도 과거보다 긍정적이다.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4.7%였다. 20대(39%)와 30대(39.9%)의 응답률은 평균보다 높았다.
지난 4일 복지부가 연 ‘저출산 대응 2030 청년 긴급간담회’에 참여한 청년들도 “현재는 출산 지원이 혼인 관계의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며 “동거나 혼외출산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식개선과 함께 난임의 상황이나 여건, 원인 등이 다양하므로 미혼이나 남성에 대해서도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출산 지원책은 최근 인식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혼인관계를 전제한 제도 속에서 비혼 여성은 줄곧 배제돼왔다. 냉동난자 보조생식술 외에 난임치료시술 역시 비혼여성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그나마 2019년 4월 모자보건법이 개정되면서 그해 10월부터는 난임치료시술을 받을 수 있는 부부의 범위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사실혼) 부부로까지 확대됐다.
비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아 임신·출산하는 것을 막는 법 조항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시술할 병원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은 “정자공여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규정해 비혼 여성의 접근을 막고 있다. 복지부도 학회와의 적극적인 이견조율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저희도 협조 요청은 했었는데 학회는 모자보건법에 대한 자율적인 해석을 이유로 (비혼여성 대상 시술이) 어렵다는 견해”라고 전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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