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사장 "수신료 가치 증명할 것"...매일 낮 3시간, 파격 편성 단행 [종합]

박설이 2023. 3. 28. 16: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V리포트=박설이 기자]대통령실이 주도하는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으로 KBS, EBS 등 공영방송가가 술렁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EBS가 봄 개편을 통한 교육 콘텐츠 강화로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천명했다. '펭수'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만들었던 EBS가 이번 개편에서는 시니어를 위한 하루 3시간짜리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편성, 또 하나의 파격을 선보인다.

EBS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2023 EBS 개편 설명회를 열고 4월부터 달라질 EBS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김유열 EBS 사장, 남선숙 EBS 방송제작본부장, 김광호 EBS 편성센터장, 김형준 EBS 편성기획부장, 이주희 EBS 지식콘텐츠센터장이 참석했다.

지난 수년 동안 '자이언트 펭TV' '딩대' 등 젊은 세대를 위한 파격적인 콘텐츠로 새바람을 몰고 왔던 EBS는 이번 봄 개편을 통해 편성 시간의 30% 이상을 교체한다. 변화의 키워드 EBS 존재의 본연인 '교육'이다.

EBS PD 출신의 김유열 사장이 취임한 지 1년, 그간 EBS가 준비한 신규 프로그램은 총 16개다. 지난해 봄부터 교육 콘텐츠 개발을 위한 전담 조직을 통해 시청자의 선호도를 분석하고 교육방송으로서 만들어야 할, 꼭 필요한 콘텐츠를 고심한 끝에 새 프로그램을 론칭하게 됐다.

김유열 사장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EBS의 사장으로서 책임감이 무겁다. 공사화된 이후 3번의 대규모 개편이 있었다. 이번 개편 목적은 교육 프로그램 강화다. 전 연령을 위한 다채로운 교육 콘텐츠로 EBS가 국민의 평생 학교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번 개편을 통해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라고 자신했다.

4월 3일부터 단행되는 EBS 봄 개편은 크게 4개 영역이다. 평생교육, 다큐멘터리, OTT형 유아 어린이 교육 콘텐츠 강화, 그리고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교육 콘텐츠 편성이다. 김광호 편성센터장은 "100세시대, 무엇보다 중요한 중장년, 시니어 대상 커리큘럼 베이스의 직접적 평생교육 콘텐츠는 여러 제약으로 인해 선보이지 못했다"라면서 "EBS는 이번 편성 개편을 통해 방송 사상 최초로 평생교육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제공하며, 각 세대 눈높이에 맞춘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유아부터 시니어까지 EBS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 전국민의 평생학교로 거듭날 것이다. 이를 통해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하고 국민으로부터 먼저 인정 받겠다"라고 밝혔다.

평생교육에서는 EBS 1TV 'EBS 평생학교'가 새로이 선보여진다. EBS 설립 취지에 걸맞은, '평생교육법'에서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평생학습 카테고리를 바탕으로 하는 커리큘럼형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평생학교'는 1950~70년대생 성인을 타깃으로 한다. 건강심성, 레저생활스포츠, 생활문화, 문화예술, 기능적 소양, 인문학적 교양, 한글생활문해 등 7개 영역의 실용적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익적 교육 콘텐츠로 각 강좌 8강 구성, 매월 12개 강좌를 선보인다. 하루 3시간씩 12편이 방송되는 파격적인 편성이 눈길을 끈다. 50대 이상 시청자가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 콘텐츠가 주가 된다.

다큐 부문의 대표 콘텐츠는 '다큐멘터리K'로, EBS가 가장 야심차게 준비한 다큐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3대 과제(저출생, 독서 진흥, 교육 혁신) 해결 프로젝트를 골자로 한 대규모 학술 다큐 시리즈가 제작된다. '저출생', '독서 프로젝트', '세계의 교육', '대학', '교육격차', '교과서 혁명' 등을 선보인다. EBS가 2008년부터 방송 중인 1TV 'EBS 다큐프라임'도 계속 시청자와 만난다. 이밖에 대한민국 각 마을 고유의 모습을 담는 '고향민국'이 시청자를 찾아간다.

유아 교육 콘텐츠 부문의 개편도 주목된다.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이슈인 문해력 문제도 들여다본다.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어린이를 위한 문해력 기초체력 증진 프로그램 '똑똑 문해력 박사'가 매일 30분씩 방송된다. '웃기는 처음 영어'는 어린이들이 거부감 없이 영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초기 영어 콘텐츠로 주 1회 수요일 시청자를 찾아가며, 어린이 수학 콘텐츠 '곰기와 처음 수학'도 주 1회 목요일에 편성됐다. '처음 타요-씽씽씽'은 핸들 달린 모든 탈것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탐구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방송된다. EBS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유아용 애니메이션, 이번 개편에서는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깨는 요즘 가족의 모습을 담는 '뿡뿡빵빵 부부맨'을 선보인다.

대형 교육 콘텐츠 부문에서는 '인물사담회'가 신규 편성된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니콜라 테슬라, 스티브 잡스 등 세계 속 족적을 남긴 인물들을 파헤친다. '만국견문록'은 인문학적 질문이 있는 물음표(?) 여행 프로그램으로 지적 문명사 탐구의 여정을 담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여행 프로그램이다. EBS 대표 프로그램인 '명의'의 스핀오프격인 '귀하신 몸'은 치료가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정보 프로그램이다. 깊숙한 숲에 '숲이 그린 집'은

141만 유튜버 곽튜브와 함께 재미도 잡는다. '경제탐구 돈 스트리트'는 곽튜브가 키르키즈스탄, 태국, 홍콩 등을 여행하며 현지의 서민을 만나 소통하며 이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서 전하고, 현지의 경제 물가도 알아본다. '오구오구 내새끼'는 시청자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반려동물을 자랑한다. 소문난 반려인 개그우먼 김지민이 내레이터로 참여한다. 이밖에 고전을 몰입도 있게 소개하는 '오늘 읽는 고전', 아이돌그룹 피원하모니가 진행하는 FM '아이돌 한국어'가 신설된다.

신규 프로그램 소개를 마친 EBS 측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OTT형 유아 콘텐츠 제작에 대한 질문에 대해 김광호 센터장은 "이번에 심혈을 기울인 분석 중 하나가 유튜버형, OTT형 분석이었다. 플랫폼을 병행하거나 플랫폼을 우선하는 건 보편화됐다. 유튜브와 OTT의 장점은 커리큘럼 베이스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유아, 어린이 부문 노하우를 내세우는 한편 유튜브 문법을 적극 활동, 이들의 눈높이를 사로잡을 시도를 했다. 중요한 게 커리큘럼이다. 지식콘텐츠센터가 그러한 실험적 문법의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 병행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지상파 다큐 PD들이 OTT와 손을 잡는 가운데 EBS는 '다큐 명가'의 포지션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김광호 센터장은 "요즘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시청 목적은 매우 분명하다. 커리큘럼이 탄탄한 내용을 갖추고 저비용 고효율의 부분을 잡았다. 디지털 플랫폼과 어떻게 병행할 것인지도 고민했다. 기존의 문법과 새로운 문법의 제작 영역을 카테고리로 나누었다. 고퀄리티의 다큐 프로그램도 제작 지속할 것이고, 이게 OTT와 함께 제휴되고, 또 우리가 OTT에 제안하는 방식도 적극적으로 고민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또 다른 영역을 설정해 저희의 사명에 맞는 목표를 위해, 목표에 맞는 제작 프로세스 혁신까지 함께하면서 한쪽으로는 OTT와 경쟁 혹은 제휴하고, 한쪽으로는 저비용 고효율의 편성 전략을 가져간다"라고 밝혔다.

이어 남선숙 방송제작본부장은 "다른 OTT 다큐처럼 자극적인 것을 던지는 것이 책무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봤다"라면서 "우리는 필요한 채널, 필요한 교육적 콘텐츠 서비스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다큐멘터리K'라는 50부작 다큐를 제작하게 됐다"라면서 EBS로의 자리를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상파 방송 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대개편을 단행한 이유에 대해 김광호 센터장은 "코로나 시대에 EBS가 온라인을 통한 원격 교육 대응으로 찬사를 많이 받고 깨달은 것이, 먼저 국민을 위해 프로젝트를 내놓고 성공시키면 국민이 우리를 인정하고 박수를 쳐준다는 것이다"라며 "EBS에는 어려움이 도래했다. 지상파 제작 환경 악화, 경제적 부분 악화 등 외부 환경이 큰 압박이 되지만 이럴수록 움츠리기보다는 먼저 국민에게 콘텐츠로 기여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커리큘럼 베이스의 프로그램인 '평생학교' 등 콘텐츠에 대한 질문에 이주희 지식콘텐츠센터장은 "EBS는 평생교육을 늘 지향해왔다. 인문교양 프로그램을 평생교육이라 표현했는데 '커리큘럼 교육'이라고 한 이유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목표 때문"이라면서 "강사들이 구체적이고 교육적인 목적을 가진 콘텐츠를 대량 생산해 50대 이상 성인에게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수신료 이슈에 대한 EBS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김광호 센터장은 "수신료로 대표되는 공적 재원은 공영방송에 필수적인 젖줄이다. 그러나 현재 EBS는 그런 상황이 못 된다. 2500원 중 70원을 분배 받고 있는데 전체 재원의 6~7%에 그친다"라면서 "수신료와 관련해 여러 논의들이 있는데, 수신료의 현안들이나 논의 속에서 EBS가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기보다는, 김무열 사장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EBS가 먼저 콘텐츠로 국민에게 인정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EBS가 수신료를 직접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기보다는, 콘텐츠로 먼저 사랑을 받으면 공적재원은 EBS의 좋은 콘텐츠를 위해 더 많이 분배될 것이라는 생각,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편성 개편에 임했다"라고 답했다.

'평생학교'는 매일 낮 3시간 파격적인 편성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김형준 편성기획부장은 "수개월 동안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인 뒤 반응을 보고 편성하게 됐다. 타사를 보면 주로 뉴스 혹은 뉴스 기반 담화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결을 달리하기로 했다"라고 편성의 이유를 설명하며, 8월까지 이 편성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자이언트 펭TV' '딩대' 등을 통해 MZ와 한층 가까워졌던 EBS는 이제 교육의 본질을 지키고자 고민한 결과를 4월 내놓는다. 수신료의 가치를 본격적인 교육 콘텐츠로 보여주겠다는 EBS의 자신감이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EBS

Copyright © TV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