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수제 자전거신발 제조 이준희 대표 “맞춤형 시장에서는 국내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다.”

김세훈 기자 2023. 3. 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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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자전거 신발 제조업체 이즈니(EZNI) 이준희 대표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신발들을 꼭 껴안고 밝게 웃고 있다. 김세훈 기자



어릴 때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겨 탔고 성장하면서 자전거 선수가 되고 싶었다. 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접은 뒤 시작한 게 수제 신발 제작이다. 수제 자전거 신발 제조업체 이즈니(EZNI) 이준희 대표(39)는 “전문 선수들의 세밀한 요구조건을 다 수용하면서 제작한 수제화”라며 “한국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맞춤형 용품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013년 자전거 전문 수제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경륜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접은 직후였다. 이 대표는 “인라인, 쇼트트랙 신발 개발 및 마케팅을 한 경험이 있었다”며 “자건거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받아 맞춤형 신발을 만들어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과 일본 사이클 선수, 경륜 선수들로부터 요구사항을 받았다. 신발 설계를 직접했고 지인 재봉공장 등에서 손수 신발을 만들었다. 소재도 가능한 한 좋은 것을 사용했다. 이 대표는 “발 길이와 너비뿐만 아니라 아치 각도, 발가락 길이 등이 선수별로 모두 다르다”며 “자기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고 좋은 기록을 내면 선수들은 무조건 다시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즈니 신발을 신고 효과를 본 최정상급 선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한국 여자 사이클 간판 이혜진이 2021년 월드컵을 연속으로 우승할 때도 이즈니를 신었다. 나아름, 오제석, 최우림, 강서준 등 전현직 국가대표, 경륜 선수들도 이즈니를 신었거나 신고 있다. 애쉬튼 램비(미국), 리와이체(홍콩) 등 세계 최정상급 사이클리스트들도 고객이었다. 이 대표는 “한 번 신어보면 만족하기 때문에 80% 이상이 2년에 한 번씩 재구매한다”며 “2013년부터 지금까지 매출이 한 번도 감소한 적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은 1억8000만원 정도다. 그중 1억5000만원이 일본 수출분이다. 이 대표는 “일본 경륜시장은 한국보다 큰 데다, 선수들이 맞춤형 신발에 대한 욕구가 많다”며 “지금도 국내 연간 내수는 50켤레 정도인데 일본 등 해외로 200~300켤레가 나간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포함해 3명이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신발은 2~3족뿐이다. 가격은 물론 높다. 신발 외피를 카본으로 덮은 제품이 250만원 정도다. 길이, 폭, 아치 각도 등을 크게 구분해 몇개 모델로 제작한 제품이 59만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이 대표는 “자전거 신발을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곳은 전 세계에 4, 5곳뿐이며 모두 소수 직원으로 운영된다”며 “최정상급 선수용 수제화 시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리도 앞으로 수출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용품 업체들은 대부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제품 제작 기술은 괜찮은데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브랜드 파워, 소재 경쟁 등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한국인을 위한 맞춤형 용품 제작은 글로벌 브랜드가 할 수 없는 분야”라며 “한국 업체가 진정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고 품질을 만들고 소비자 요구에 빠르게 피드백하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신발 시장은 앞으로 종목별로 완전 전문화가 될 것”이라며 “종목과 상관없이 소비자의 까다로운 조건을 진정성 있게, 전문적으로 맞춰 제품을 만든다면 한국 용품 업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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