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의 ‘감산 블러핑’에 답답한 주주들

최지희 기자 2023. 3. 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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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감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해를 넘겨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있는 올 1분기에도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초 시장은 인위적 감산이 없다는 발언을 시장 혹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삼성전자의 공식 노선으로 인식했다.

2021년 1월 최고가(9만6800원)를 찍은 후 하락세를 이어 온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산 기대감이 커질 때마다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하는 형세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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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감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세계 D램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투자자들에게 전한 발언은 시장에 거센 후폭풍을 불러왔다. 초유의 메모리 반도체 한파가 몰아치면서 경쟁사들이 모두 감산과 투자 감축을 선언했지만, 삼성전자는 이와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시장 경쟁을 부추기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경쟁사의 투자를 억제하기 위한 ‘블러핑’(외부를 헷갈리게 하는 전략)이라는 분석부터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말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해를 넘겨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있는 올 1분기에도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말 이후 삼성전자 역시 생산라인 장비를 재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생산라인을 재정비하면 사실상 투입되는 웨이퍼(반도체 기판)가 줄어 생산량이 감소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생산 라인 유지 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미래 선단 노드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 중으로, 이 과정에서 단기 구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결국 의도적으로 감산을 하면서, 왜 감산을 부인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감산이라는 언급을 피하지만 오히려 인위적으로 양산을 개발로 돌려 생산을 줄이고 있다”는 증권사 분석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자연적 감산’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인위적 감산’ ‘자연적 감산’이라는 말장난이 무색하게 지난해 3분기부터 현재까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당초 전망보다 훨씬 더 악화하고 있다. 경기 둔화에 빅테크 고객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재고가 과도하게 쌓였고, 메모리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중이다. 최근 한달 사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1분기 적자 추정치가 4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 이후 14년 만에 대규모 적자를 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메모리 수익성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업계는 인위적 감산이 없다는 말에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애초 ‘감산은 없다’는 단정적인 발언이 불필요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황이 예상보다 나빠지는 수를 대비해 탄력적으로 생산을 조절하며 적극적으로 이익 방어에 나서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뒀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당초 시장은 인위적 감산이 없다는 발언을 시장 혹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삼성전자의 공식 노선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산을 줄이면서도, 감산을 감산이라 부르지 못해 시장 혼란을 가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와중에 떨고 있는 건 개미(개인투자자)들이다. 2021년 1월 최고가(9만6800원)를 찍은 후 하락세를 이어 온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산 기대감이 커질 때마다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하는 형세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올해 메모리 시장이 반토막 난다는 전망도 있는데, 회복할 때까지 버티는 전략은 무엇이냐” “주가를 관리할 마음이 없는 것이냐” “주주를 물로 보느냐”고 물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투자자들은 경쟁사의 투자를 억제하기 위한 설득력 없는 블러핑이 아닌 진정성 있는 해결책과 소통을 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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