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전두환 손자 전우원은 광주에 가서 사과할 수 있을까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오늘(28일) 오전 귀국길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전 씨는 체포 직후 압송된 서울경찰청 앞 취재진에게 "최대한 빨리 광주에 가서 사죄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습니다.
전 씨는 본인의 바람대로 과연 광주로 찾아가 유족들에게 전두환 일가 최초로 5·18에 대한 사과를 할 수 있을까요?
왜 중요한데?
이어 17일 자신의 거주지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품을 복용하며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는데요. 당시 전 씨는 3시간 이상 폐 기능이 멈추고 기도가 닫혀 삽관을 하는 등 심각한 응급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수사에서 혐의가 적용된 건 이 부분입니다. 마약 범죄는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만일 합법국가에서 투약했더라도 투약 행위 당사자의 국적 국가에서 처벌됩니다.
퇴원한 뒤 전 씨는 연일 스스로를 '죄인'으로 지칭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폭로를 멈추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면서 5·18기념재단에 DM을 보내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다"며 사과할 뜻을 비쳤습니다. 전 씨와 5·18 기념재단의 만남이 성사되고 사과하게 된다면, 5·18과 관련해 전두환 일가로서는 유족들에게 건네는 최초의 사과가 됩니다.
좀 더 설명하면
지난 2021년 11월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생을 마친 전두환 본인을 포함해, 전 씨 일가 그 누구도 공식적으로 5·18과 관련해 잘못을 인정한 적은 없습니다. 심지어 사망 당시 전두환 씨는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를 사자명예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고, 2심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세상을 떠나면서 5·18에 대한 법적 유죄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이전인 2013년엔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 씨가 미납 추징금에 대한 자진 납부 계획을 검찰에 제출했는데, 당시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도 그 내용은 빠져있었죠. 당시 전재국 씨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이는 추징금 미납에 대해 협력하겠다는 메시지에 그쳤습니다.
전우원 씨가 폭로한 영상 속에도 등장하는 전두환의 배우자 이순자 씨 역시 2017년 출간한 책에서 "5·18에 대한 편집증적 오해와 정략적 역사 왜곡 앞에서 나는 몇 번이고 전율했다"거나 "우리 부부도 희생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전두환과 직계 가족 누구도 모든 책임을 부인하며 세간의 관심에서 서서히 비켜난 듯했던 5·18 사과 이슈가 지금, 손자 전우원 씨의 갑작스런 폭로와 수사로 갑작스레 수면 위로 떠오른 겁니다. 체포된 전 씨는 '5·18 유족에게 사과를 결심한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죄인이니까요"라고 짤막하게 답했습니다.
한 걸음 더
그렇다고 전 씨가 본인의 바람대로 빠른 시일 내에 광주로 찾아가 유족들에게 사과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합니다. 경찰은 우선 전 씨를 상대로 마약류 투약 여부를 검사하는 한편 신문 결과를 종합해 체포시한 만료 전에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결정할 방침입니다. 또한 경찰은 전 씨가 폭로한 지인들의 마약 복용과 성범죄 사실에 대해서도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씨는 자신이 언급한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는 것에 대해선 "놀랍지 않다"며 "죄인이 직접 죄가 있다고 밝히는 경우는 사회에서 드물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폭로한 내용에 대해선 "사실이기 때문에 말씀드렸다"며 "사회적으로 돈이 많은 분들께서 자본력을 사용해 직접 처벌을 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남은 쟁점들
정혜경 기자choic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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