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왜 팀장이 되려고 하지 않는가?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입력 2023. 3. 2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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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기업의 이차장

제조업을 하고 있는 A기업 경영관리팀은 총 8명이다. 고참 부장 2명, 차장 2명, 과장 2명, 대리 1명, 사원 1명이다. 팀장이 정년퇴직 후 회사는 사전 통보 없이 차장 중 김차장에게 팀장 발령을 냈다. 회사 게시판에 팀장 발령 공고가 났고 사람들은 김차장에게 문자, 메일, 전화로 축하인사를 했다. 하지만 정작 김차장은 본부장을 찾아가 팀장 승진 발령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다. 표면적으로는 부장 2명의 선배가 있고, 차장도 1년 선배이며, 과장들과 10년 이상 함께 근무했기 때문에 동료이지 상하관계로 엮이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팀장이 되어도 혜택이 하나도 없다. 담당 업무를 하면서 팀의 업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팀원들 관리를 해야 하며 이곳 저곳의 온갖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팀이나 업무 관리에 실수나 잘못이 있으면 안된다. 회사가 보수적 성향이 강해 실수에 대한 관용이 없다. 실수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역량이 뛰어난 팀장 중에 팀원의 잘못으로 팀원으로 보직해임 되거나 퇴직한 선배가 많다. 개인적으로 수치스럽게 되고 싶지도 않고, 혜택과 권한도 없는데 해야 할 일과 책임만 있는 팀장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본부장은 팀장이 되어 조직 전체를 관리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고, 자신이 담당하는 일의 범위도 넓히고, 무엇보다 팀원들과 면담과 업무 지시 및 보고를 통해 인간관계의 안목을 키울 수 있다. 회사의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팀장은 반드시 경험해야 할 기회라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팀원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거나, 모두 안한다고 하면 팀장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싫다. 무엇보다 3명의 선배들에게 업무 지시와 보고를 받는 상황이 싫었다. 동료로서 서로 격의 없이 지내며 자신의 일만 하면 되는 현 위치가 좋았다. 본부장의 만류에도 김차장은 절대 팀장이 되지 않겠다고 한다. 본부장은 이미 발령이 났고 자신이 적극 지원해 줄테니, 팀장으로 근무하다가 정 아니라면 6개월 후 결정하면 안되겠느냐 묻는다. 김차장은 단호하게 팀장 발령을 취소해 달라고 한다.

일부 중소기업에 있어 팀장 승진은 기쁜 일이 아니다. 심한 경우, 팀장을 과장 이상이 돌려가며 하는 실정이다. 팀장에서 팀원이 되는 일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의무 근무를 마쳤다는 수준으로 생각한다. 팀장이라고 존경받는 자리가 아니라 그냥 팀을 대표하여 회의에 참석하는 수준으로 생각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다 있고 호칭도 팀장님이 아닌 그냥 팀장이다. 팀장과 팀원의 경계가 모호하고, 조직장으로서 팀장의 역할과 해야 할 일과 실제 하는 일과의 차이가 크다. 팀장 중에는 팀 형태의 조직구조 하에서 어쩔 수 없이 팀장이 되었지만, 팀장의 역할이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 선배 팀장이 했던 것의 답습 또는 팀장으로 있으면서 시행착오를 해 가며 배운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는 팀제를 도입한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고, 팀장이 되기 싫다는 불만만 가중되게 된다.

팀장과 팀원의 역할은 다르다.

팀원은 주워진 일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결과물을 창출해 활용하도록 실무를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당연히 팀원이 하는 일은 실무 작업이다. 경영사무직의 경우, 자료 수집력, 분석력, 대안 창출력, 실행력 등이 중요한 역량이다. 반면, 팀장의 역할은 새로운 일을 창출하여 공정하게 분장하고 팀원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일을 수행한다. 당연 방향 제시력, 의사 결정력, 과제 창출력, 통솔력, 동기부여가 주요한 역량이다. 팀원으로 일을 잘했던 직원이 팀장이 되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팀원으로 일을 잘하는 역할과 역량이 팀장의 역할과 역량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팀원으로 있을 때, 뛰어난 자료 수집과 분석 역량이 팀장이 되어서도 수집과 분석 일을 추진하면 팀원들은 어차피 팀장이 할 것인데 굳이 내가 왜 하며 대충하게 된다. 팀장은 실무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팀장은 팀과 팀원 전체를 보며 전사적 관점의 방향 제시와 의사결정 그리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제대로 팀, 일, 팀원을 이끌어야 한다.

어떻게 팀원들이 팀장이 되길 원하게 할 것인가?

팀원들이 팀장이 되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혜택과 권한은 없고 일과 책임을 많고 잘못했을 때 높은 책임 때문이다. 힘들고 어렵고 중요한 일을 하는데 혜택이 없고 가중한 책임만 있다면 누가 그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중요한 것이라면 더 소중하게 간직해야 한다. 팀장은 대부분 10년 넘게 회사 생활을 했고, 팀을 이끄는 사람인데 당연히 알아서 하며 팀을 한 방향 정렬하게 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있다. 현재 팀장들과 팀원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팀장이 되는 팀원은 직무 전문성과 높은 업적, 올바른 품격, 리더십을 갖추고 이어야 한다. 아무나 팀장이 되는 것이 아닌 팀장 후보자로 사전 선발되어 팀장의 역할과 해야 할 일에 대한 교육과 사전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팀장이 되는 심사 절차를 정교히 하여 팀장이 되기 전 충분한 검증을 마무리해야 한다. 소중하다면 그 이상의 대우를 해줘야만 한다. 팀장 수당은 기본이며, 팀장에 대한 직급체계와 보상구조를 대폭 높여야 한다. 금전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인정과 칭찬, 도전과제 부여, 작업 환경 개선, 팀장 Refresh 휴가, 팀장 정기 워크숍, 팀장 CEO 간담회, 상사에 의한 월별 면담 의무화 등이 있다. 뛰어난 팀장이 임원이 되어 회사 경영을 견인해야 한다. 중간 허리 역할을 수행하는 탐장들이 팀원부터 엄격하게 심사하고 관리해야 한다. 팀원들이 아무나 팀장이 되는 것이 아닌, 팀장이 되기도 어렵지만, 팀장으로 내린 의사결정을 인정하고 따라야만 한다. 높은 전문성은 기본이며 전사적 관점의 의사결정과 길고 멀리 보며 팀과 팀원을 성장하게 해야 한다. 팀장을 인정하고 존경하면 팀장이 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팀장이 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모범을 보이며 롤 모델이 되는 팀장이 되도록 회사가 팀장 관리에 많은 역점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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