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빨아들이는 신종자본증권, 과연 안전할까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3. 3. 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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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UBS에 인수되며 신종자본증권 모두 상각 논란
수익보다 리스크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금융시장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고, 다수의 은행이 대규모 인출 사태로 인해 파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파산에 직면한 크레디트스위스(이하 CS)가 경쟁사인 UBS에 인수됐다. CS는 2022년 4분기부터 파산 우려가 확산됐다. 2022년 12월 자본 확충을 통해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하지만 내부 통제에 중요한 결함이 확인됐다는 회계검사 결과 발표와 함께 CS의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더 이상 추가 자본 투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파산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3월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위기설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한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SVB 파산과 CS 매각이 주는 교훈

CS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글로벌 금융회사(G-SIB)'로 분류되고 있을 만큼 자산 규모가 크다. 글로벌 금융회사와의 상호 연계성도 높아 파산 시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 확실했다. 위기 상황에 직면한 스위스 금융 당국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말인 3월18일부터 긴급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3월19일 스위스 은행인 UBS가 30억 스위스프랑에 CS를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스위스중앙은행이 인수자인 UBS에 100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유동성을 제공하고, 스위스 정부도 최대 9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잠재적 손실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급박한 상황이었던 만큼 스위스 정부는 통상 6주가 소요되는 주주 동의 절차를 우회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등 총력전을 전개해 최악의 은행권 사태를 막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CS 주식 28.48주당 UBS 주식 1주로 교환되면서 투자자들은 일정 부분 손실을 만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CS가 보유하고 있던 16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은 모두 상각 처리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CS의 신종자본증권을 보유하고 있던 채권자들은 갑작스럽게 모든 것을 잃게 된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이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가진 혼성증권으로 일정한 자본적 안정성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은행 감독 당국이 은행의 기본자본으로 인정하는 증권을 가리킨다.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며 정기적으로 이자나 배당을 받는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 성격을 갖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산정에서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자본 확충이 필요한 은행의 경우 신종자본증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신종자본증권의 등장은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당시 은행들은 자신이 보유한 자본으로는 손실을 흡수할 수 없었기 때문에 파산 위기에 몰렸지만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구제됐다. 위기 발생 시 은행들은 자기자본으로 손실을 흡수하는 만큼 생존을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요했다. 자본 확충을 위해서는 보통주를 발행해 자본금 규모를 늘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보통주의 경우 이익 규모에 따라 배당금이 변동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싶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꺼려지는 대상이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기타보완자본, 즉 신종자본증권이다. 정기적으로 사전에 정해진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이지만 금융기관의 보통주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거나, 해당 금융기관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해당 금융기관의 자본 건전성 등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상각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은 위기 시 자본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채권 보유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장기간에 걸쳐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신종자본증권의 인기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우 높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CS의 신종자본증권 상각 결정은 위법적인 것이 아니라 사전에 고지된 투자설명서에 따라 이뤄진 정당한 행위인 것이다. 금융 감독 당국의 최대 목표는 예금자를 보호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 CS의 상황이 이러한 기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채권 보유자의 손실은 안타깝지만 신종투자증권 자체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만들어진 상품이고, 스위스 금융 감독 당국 역시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 은행과 금융 감독 당국의 주장이다. 실제 CS의 신종자본증권 안내서에는 은행이 파산할 경우 주주들이 신종자본증권 보유자보다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은행의 파산과 동일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으며, 결국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타당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신종자본증권을 선호하고 있다. 올해 초 이뤄진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및 KB금융지주 등의 신종자본증권에 모집액보다 최대 4배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2023년의 경우 2조원 이상의 은행 및 은행지주의 신종자본증권 공급이 예정돼 있다. 국내 금융회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잔액은 67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상각되는 경우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거나 경영개선명령을 받는 경우 그리고 보통주자본비율이 일정 비율 밑으로 하락해야 한다. 현재 국내 은행의 경영 상태를 살펴보면 이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영개선명령의 경우 은행의 BIS 비율이 2% 이하로 하락할 때 내려지는데 현재 국내 은행의 BIS 비율은 16% 이상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신종자본증권 투자에 신중해야

하지만 CS나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경우 2014년 금융감독청(FCA)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은행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을 개인에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높은 금리와 상대적 안전성으로 인해 개인투자자가 몰리지만 이로 인한 리스크는 개인이 감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2020년 이후 투자는 필수적인 것이 됐다. 리스크보다는 고수익을 좇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인식됐다.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암호화폐에 이르는 수많은 자산 가격이 폭등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변화했고 수익보다는 리스크를 더 염두에 둬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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