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어이가 없네"...韓 콘텐츠 피해 수긍한다는 누누티비에 업계 '실소'

오지원 2023. 3.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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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OTT 피해 수긍한다고? 불법 사업자가 합법 사업자 걱정해주는 꼴"
"OTT 오리지널 피해는 극히 일부일 뿐…영상 산업 전반에 피해"
사진 = 누누티비 홈페이지 캡처

불법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한국 OTT 피해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한다"며 국내 OTT 오리지널 시리즈를 삭제 조치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조치에 불과하며, 누누티비의 불법 유통이 끼치는 피해는 OTT 범주 그 이상이라는 업계 내 목소리가 높다.

최근 방송·영상 업계는 저작권 침해와 무단이용의 근절이라는 공통의 문제 해결을 위해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발족했다. 방송사(MBC, KBS, CJ ENM, JTBC),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의회, 콘텐츠 제작사 SLL, OTT 플랫폼(콘텐츠웨이브, 티빙)이 힘을 합쳤다. 여기에 세계 최대 불법복제 대응조직인 ACE(Alliance for Creativity and Entertainment)도 힘을 보탰다.

협의체는 공동 대응의 첫 상대로 누누티비를 지목했다. 이달 초 누누티비를 상대로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고, 현재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해외에 서버를 둔 누누티비는 국내 OTT 등 각종 유료 콘텐츠를 무단으로 서비스하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다. 월 이용자가 1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누누티비에 대해 수차례 접속 차단 조치가 이뤄졌으나, 보란 듯이 주소를 우회하며 운영을 이어왔다. 불법으로 유통되는 콘텐츠의 규모 역시 상당하다. 피해 업체 중 하나인 웨이브의 사례만 들여다봐도 VOD 34만 편 중 20만 편 이상이 누누티비를 통해 불법 유통됐다.

업계 전반이 힘을 모아 대응에 나서자, 누누티비는 지난 23일 국내 OTT/오리지널 시리즈와 관련된 모든 동영상을 일괄 삭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삭제 대상은 누누티비에 불법으로 게재된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티빙, KT 시즌 등의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다. 이들은 삭제 조치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국내 OTT 피해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한다"라며 "국내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저작권 보호 또한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불법 사업자가 합법 사업자의 피해를 고려한다는 것이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며 비판했다. 특히 누누티비가 삭제 대상으로 지목한 '국내 OTT 오리지널'은 협의체가 파악하고 있는 피해 규모 중 일부에 불과하다.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의 안상필 차장(MBC)은 "OTT만으로 피해 규모를 특정하는 건 극히 일부이고, 누누티비로 인한 피해는 영상 산업 전반에 있는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누누티비가 이용자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콘텐츠 이용에 연령 규제가 없어 어린 아이들도 청소년관람불가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누누티비를 회원 가입해서 이용 중이라면, 가입 당시 입력한 아이디, 비밀번호 등 개인 정보는 합법적인 범주에서 보호받지 못한다. 누누티비 이용자의 정보가 어떻게 관리되는지 알 수 없다.

누누티비의 갑작스러운 삭제 조치를 두고 협의체의 대응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 차장은 "법적 대응의 방향성에 전혀 변동이 없다"라며 "영상 일부를 삭제한다고 해서 죄가 참작되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불법 콘텐츠에 대응하는 ACE가 힘을 보탠 만큼, 누누티비를 향한 대응은 국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고 있다. ACE도 자체적으로 수사에 돌입했고, 미국 국토안보부, 인터폴 등이 협조 중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불법 콘텐츠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협의회가 발족됐고, 6월 중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 대책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YTN star 오지원 (blueji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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