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자식한테 물려줄래요"…은마아파트 집주인들 돌변

오세성 2023. 3. 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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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줄어든 다주택자 보유세
급매 사라지고 버티기 돌입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모습. 사진=한경DB


재건축 조합 설립을 앞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에서 급매물이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17억원대로 추락했던 가격도 20억원 선을 회복했다.

28일 대치동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조합설립 인가를 받고 매매가 제한될 전망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라 2003년 12월 31일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 아파트는 일부 예외 조건이 아닌 이상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 전 거래가 가능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집을 팔 계획인 집주인들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매도를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집주인들의 분위기가 뒤집혔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근 A 개업중개사는 "지난달만 하더라도 18억원대 매물이 있었지만, 현재는 극소수 저층 매물을 제외하면 20억원에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풀리면서 한 차례 급매물이 소진됐는데, 이후 공시가격 인하까지 발표되니 집주인들이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다른 개업중개사도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지 않았느냐"며 "세금 부담이 줄어드니 다주택 집주인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차라리 자녀에게 증여하면 했지 굳이 가격을 낮춰 팔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을 보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한경DB


정부는 지난 22일 전년 대비 평균 18.61% 낮아진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공개했다. 은마 전용 76㎡ 공시가격은 지난해 18억5000만원에서 올해 13억3200만원으로 낮아진다. 전용 84㎡도 20억4200만원에서 16억8800만원으로 하락한다.

공시가격이 낮아지면 종부세 등 보유세도 크게 줄어든다. 부동산 세금 계산 서비스 셀리몬에 따르면 1주택자의 은마 전용 84㎡ 보유세는 지난해 668만원에서 올해 451만원으로 33% 감소한다. 재산세에 비해 종부세가 많아지는 다주택자는 세금을 더 아낄 수 있다.

은마 전용 84㎡와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를 보유한 2주택자가 내야 할 보유세는 지난해 9610만원에서 올해 3100만원으로 67% 급감한다. 지난해 7927만원이던 종부세가 1743만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은마 전용 84㎡와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에 더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까지 가진 3주택자라면 보유세는 지난해 1억4809만원에서 올해 6613만원으로 8200만원 가까이 감소한다.

집주인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은마 실거래가도 상승 중이다. 은마 전용 76㎡는 지난해 11월 17억7000만원(1층)에 거래됐다. 올해 1월에도 17억9500만원(2층)에 매매됐는데, 지난달에는 동일한 2층이 1억원가량 뛴 18억8000만원에 팔렸다. 가장 최근 거래가는 지난 16일의 20억4000만원(12층)이다. 두 달 사이 약 2억5000만원 뛴 셈이다. 현재 호가는 중·고층 기준으로 21억원 내외를 형성하고 있다.

급매물 감소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당시 5만9943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26일 6만399까지 늘었지만, 28일에는 5만9911건으로 발표 당일보다 줄어들었다. 비강남권의 아파트 대부분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일부는 올해까지 공시가 9억원 이하에 주어지는 재산세 특례세율(0.05%포인트 인하)까지 적용받아 보유세 부담이 줄어든 여파다.

다만 일선 업계에서는 거래절벽이 재차 심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매수자들은 여전히 '급급매'만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업중개사는 "집주인을 호가를 높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매수자들이 따라오진 않고 있다"며 "매수자들은 급매물만 찾고 있기에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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