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우의 현장에서] 초·재진 갈등에 갈 길 잃은 비대면진료

2023. 3. 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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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진 81.5% vs 초진 99%.'

앞서 의료계와 합의한 ▷초진이 아닌 재진 환자 중심 ▷대면진료 보조 수단으로 비대면진료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등에 맞추기 위한 '빌드업(build-up)'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업체들은 초진 환자비율이 '약 99%'라고 맞섰다.

EMR에는 초진, 재진 등을 비롯한 환자의 진료정보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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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진 81.5% vs 초진 99%.’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양측의 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정부·의료계와 산업계 간 비대면진료 ‘제도화’ 자체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방법론’을 두고 격론이 오가면서 국민 다수가 이용한 비대면진료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갈등이 초진, 재진 문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20년 2월부터 지난해까지 비대면진료 총 건수가 3661만건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코로나19 재택치료를 제외한 비대면진료 건수는 736만건이고, 그중 재진이 600만건으로 대부분(81.5%)이었다.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재택치료를 제외한 비대면진료가 ‘재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발표한 것은 함의하는 바가 크다. 앞서 의료계와 합의한 ▷초진이 아닌 재진 환자 중심 ▷대면진료 보조 수단으로 비대면진료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등에 맞추기 위한 ‘빌드업(build-up)’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진료 제도화 추진 원칙에 강력한 유감을 밝힌다”고 반발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업체들은 초진 환자비율이 ‘약 99%’라고 맞섰다.

업체들은 보건복지부의 집계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736만건 중 만성 질환인 고혈압, 2형 당뇨병 진료 건수만 152만7000건이다. 만성 질환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처방을 받는다. 즉 ‘인원’이 아닌 ‘진료 건수’로 집계하다 보니 ‘중복 집계’를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원으로 집계하면 초진 혹은 재진비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수치이기 때문에 업체 자료와 교차 분석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재진에 맞춰 집계한 것처럼 보여 아쉽다”고 토로했다.

업체들은 모든 의료기관 소속 의사들이 작성하는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해 초진비율을 내놨다. EMR에는 초진, 재진 등을 비롯한 환자의 진료정보가 담겨 있다. 중복 집계가 의심되는 보건복지부의 통계보다 정확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초진비율이 99%라는 플랫폼업체들은 이제 생사를 걱정하고 있다. 원산협은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진료에 대해 ‘시대를 역행하는 원격의료 신(新)규제법’으로 규정하며 “실질적 비대면진료 서비스 중단 사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업체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담기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비대면진료 원칙이 세워지고, 이에 보조를 맞춘 통계만이 뒤를 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전반적인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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